[단독]SKT 임원들 '테드' 방식으로 사업 발표한 이유

by김현아 기자
2018.08.06 04:10:00

박정호 사장, 임원 회의 확 바꿔
구글 차 OS 카카오와 제휴하자
박 사장 "t맵도 제안받았는데 사내 협의가 잘 안돼 무산" 질책
계열사 포함 임원 130명 사업계획 '2분 발표'
사내 방송으로 전 직원 공유, 실시간 채점
"다른 부서 사업 파악하게 돼 유익"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조직이 아니라 당신을 주어로 뭘 하려는지 발표해주세요.’

그간 한 달에 한 번씩 박정호 사장, 이형희 미디어사업부장(SK브로드밴드 사장), 서성원 MNO사업부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참석하는 ‘뉴노멀 시프트데이(New Normal Shift Day)’ 행사를 해 왔는데 지난달엔 내용과 형식을 확 바꿨다.

특정 주제로 2,3명이 발표하고 박정호 사장과 식사하던 것과 달리, 130여 명 임원들이 각자 계획을 발표하는 스피치 행사를 연 것이다.

7월 10일과 30일,두 차례 SK텔레콤 수펙스홀(SUPEX Hall)에서 열린 ‘2분 발표회’의 사회는 박정호 사장이 맡았고, 박 사장을 제외한 계열사 CEO들과 임원들은 빠짐없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아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2분이었지만 3분을 넘기도 했고, 질문이 오가면 5분을 넘기기도 했다. 첫날 다 하지 못해 다시 날짜를 잡아 이틀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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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첫 스피치 대회는 7월 10일, ‘구글이 자동차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오토를 국내에 출시하며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넣어 현대·기아차와 손잡는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커넥티드카(스마트폰처럼 통신으로 연결된 차)는 SK텔레콤이 공들여 키워온 분야다.

SK텔레콤 한 임원은 “지난해 1월 취임사에서도 1등 회사와의 제휴와 협력을 강조하셨는데, 우리가 지도만 제공했을 때의 한계를 이유로 우물쭈물하는 사이 T맵이 빠지고 카카오 내비 지도가 들어간 걸 아쉬워한 것이다. 차량융합뿐 아니라 다른 사업도 심기일전해 분발하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이날 발언을 정리해 7월 3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시차를 두고 진행된 이틀 동안의 스피치 행사는 SK텔레콤 본사 소속 임원들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SK테크엑스 등 계열사 임원들이 총출동했고, 박 사장이 서서 사회를 봤다. 분야도 연구개발(R&D),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대외협력 부서 등이 총망라됐다.

한 직원은 “임원들 발표마다 직원들이 1점부터 5점까지 누구 말이 감동인가, 포인트를 잘 짚었나 등 실시간으로 점수를 매기는 게 신기했다”며 “임원들은 피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콤·계열사 임원 ‘2분 스피치’의 성과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주력사업인 통신 매출의 감소세 속에서 미디어·보안· e커머스 등의 경쟁력을 높여 .

다른 직원은 “업무에 바빠 전체를 듣진 못했어도 인공지능(AI) 쪽 발표는 유심히 봤다”며 “김윤 AI리서치센터장은 우리가 안 가진 사고방식을 가진 것 같아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다른 임원은 “임원들도 정확히 다른 쪽이 뭘 하는지 몰랐지만 알게 됐다”며 “첫 날 다하지 못해 그냥 끝날 줄 알았는데 박 사장이 (다시 날짜를 잡아)모두 발표하라고 해서 놀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