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습니다]"차가운 시선이 제일 힘들더라"…빅이슈 판매원의 하루
by김성훈 기자
2017.06.09 05:00:00
노숙자들 자활 돕는 빅이슈 판매 체험 르포
3시간 만에 목소리 쉬고 종아리도 ''뻐근''
차가운 시선 힘들어…"사회 일원으로 봐주길"
| 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1번 출구 인근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본지 김무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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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자리한 빅이슈 사무실. 7명의 빅이슈 판매원(빅판)들이 그날 판매할 빅이슈 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판매원들이 자필로 적은 편지와 시 등을 잡지에 끼워놓는 작업을 거들었다. 그러나 꽂아 넣은 종이가 구겨져 도리어 방해만 됐다. 이날 동행하기로 한 문모(58)씨가 “쉬워 보이지만 다 요령이 필요하다”며 시범을 보여줘 따라해 보고 난 뒤에야 조금 수월해졌다. 1시간여의 포장 작업을 끝마치고 신도림역으로 향했다.
정오가 지난 무렵 신도림역 1번 출구에 판매대를 설치했다. 진열을 마치고 판매원들이 입는 붉은 조끼와 모자도 건네받았다. 판매 시간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다. 그러나 문씨는 “정해진 시간에 할당량을 채우기 쉽지 않다”며 “한 시간 일찍 시작하고 한 시간 늦게 집에 갈 생각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
빅이슈는 지난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됐다. 영국 내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목적이 발단이었다. 한국에서는 2010년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한 부당 5000원인 잡지를 팔면 금액의 절반은 판매원들에게 돌아간다.
빅이슈는 사회 유명 인사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표지모델로 나선다. 지난해 12월에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가 빅이슈 판매를 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빅이슈 코리아에 따르면 빅이슈를 판 돈을 모아 임대주택을 구한 판매원은 90명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사회로 돌아간 이들도 25명이나 된다. 현재도 전국 65곳에서 빅판들이 저마다의 꿈을 키우며 빅이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마음만 앞서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지만 받아주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판매 초반 얼굴에 베어 있던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한 30대 남성이 다가와 빅이슈 한 권을 사갔다.
첫 판매가 물꼬를 크니 이후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한꺼번에 빅이슈를 세 권이나 구매한 김모(26·여)씨는 “학교 다닐 때 빅이슈를 자주 샀다”며 “오랜만에 빅이슈를 봐 반가운 마음에 한꺼번에 구입하게 됐다”고 했다. 문씨는 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빅이슈가 어떤 취지로 판매되는지 알고 또 사주는 분들이라 감사한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 이날 판매에 동행한 문모(58)씨는 “열심히 살려고 시작한 일인데 노숙자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며 “어떨 때는 취객이나 노인들이 똑바로 살라며 시비를 걸어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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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에 나선지 3시간 정도 지나자 침이 말라왔다. 종아리도 뻐근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이마에 땀이 맺혔다. 문씨는 물을 건네며 “아직도 몇 시간 더 팔아야 하니 힘 빼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래도 역사 안이라 다행이다”며 “지금 땡볕에서 파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냐”며 격려했다.
문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더운 날씨도, 힘에 부치는 체력도 아니었다. 2015년 4월부터 빅이슈 판매를 시작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문씨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적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살려고 시작한 일인데 노숙자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며 “어떨 때는 취객이나 노인들이 똑바로 살라며 시비를 걸어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신은경 빅이슈 판매국 팀장은 “빅이슈의 문을 두드린 사람들 중에는 차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자활하려는 마음을 품고 온 분들이니만큼 사회의 일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약속된 판매 시간이 다되자 문씨가 악수를 건넸다. 이날 판매한 빅이슈는 총 18부. 문씨는 “보통 6시간 동안 평균 12부 정도를 파는데 덕분에 6부나 더 팔았다”며 “‘운수좋은 날’이었다”며 흡족해했다. 지하철역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빅이슈 판매 현장은 자활을 위한 노력이 서린 ‘노동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