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자족기능까지…강남과 어깨 겨루는 강동구 집값 '훨훨'

by원다연 기자
2017.06.02 05:00:00

환수제 피한 둔촌주공 내달부터 이주
전용면적 50㎡ 5개월새 1억원 '껑충'
전매풀린 '고덕 그라시움'도 1억 웃돈
고덕복합업무단지 2020년 완공 탄력
대우·현대건설 등 연내 분양단지 주목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서울 ‘강남4구’의 막내격인 강동구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다 대규모 업무단지 조성사업도 연이어 속도를 내면서다. 향후 신흥 주거지로 발돋움하는 데 더해 자족 기능까지 갖출 것이란 기대감에 강동구 아파트값이 무섭게 치솟으며 서울 전체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카드가 예상보다 일찍 나올 수 있는 만큼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강남·서초·송파구와 함께 ‘강남4구’로 묶였지만 강남권역 내 ‘베드타운’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다.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기존 5930가구에서 1만 1106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나는 데다, 재건축 사업을 모두 마치면 1만 5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으로 재탄생하는 고덕동 고덕지구에 대한 기대감에도 지역 내 업무 인프라가 부족한 한계 때문이었다. 실제 강동구의 상업 기능은 서울시 전체 평균(4.3%)에 미치지 못하는 2.3%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규모 업무단지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강동구가 강남권역 내 자족도시로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고덕강일1지구에 들어서는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 조성사업이다. 고덕동 353번지 일대에 23만 4500㎡ 규모로 복합쇼핑몰과 비즈니스 시설, R&D(연구·개발)센터 등을 유치하는 사업으로 현재 전체 95% 이상 토지 보상을 마치고 오는 2020년까지 조성 완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이케아를 비롯해 10개 이상의 기업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입점을 추진 중이다. 업무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상주 인구만 3만 8000여명에 달한다.

엔지니어링 복합단지도 2019년 조성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404번지 일대에 7만 8000여㎡ 규모로 조성되는 이곳에는 엔지니어링·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기업 200여개와 함께 R&D 시설,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선다. 단지 조성 이후 1만 6000여명의 종사자가 상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성사업을 끝낸 상일동 367-4번지 일대 고덕첨단업무단지에는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등 40여개 기업이 입주해 1만 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다 배후수요를 끌어당기는 초대형 개발사업까지 잇따르면서 강동구 일대 집값은 말 그대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반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0.30%)을 보였는데, 이 중에서도 강동구 아파트값이 1.28%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달 재건축 이주를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매수세가 몰리며 올해 초 대비 1억원 가까이 집값이 뛰었다. 둔촌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월만해도 7억 9000만~8억원에 거래되던 주공1단지 전용면적 50㎡형이 지금은 9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시행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도 받지 않아 집값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전매 제한이 풀린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권의 경우 요즘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59㎡형 분양권 시세는 6억 8000만~7억 30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그나마 매수자가 매도자의 양도세까지 떠안는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실제 분양권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이 보다 3000만~4000만원 더 높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동구 일대에선 신규 아파트 분양도 연내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달 31일 청약 접수를 받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총 729가구9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평균 11.3대 1, 최고 65.8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을 1순위에서 청약 마감했다.

이달 말에는 현대산업개발이 고덕주공5단지를 재건축하는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총 1745가구(전용 59~130㎡)로 이 중 726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대우건설도 이달 서울승합차고지 부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아파트 656가구·오피스텔 127실)를 선보인다. 다음달에는 고덕주공3단지 아파트가 분양된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동구는 지하철 9호선 연장 및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등 교통망 확충 기대감도 안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과열되면 강동구가 강남3구와 함께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등을 적용받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