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 캄보디아서 제2의 성공 노리는 석창규 대표

by김관용 기자
2014.08.06 06:00:00

외환위기 당시 해직 은행원들 모여 회사 창업
국내 인터넷뱅킹 등 기업자금관리시스템 시장 선도
금융IT 성공 노하우 바탕으로 캄보디아서 사업 발굴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28일 석창규 웹케시 대표는 또 다시 캄보디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요즘 한 달에 한 번 꼴로 캄보디아를 찾고 있는 그는 한국의 선진 정보기술(IT)을 캄보디아에 전수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현지에 거처까지 마련한 석 대표는 “캄보디아에 한국과 같은 금융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대중화 돼 있는 온라인 뱅킹 시스템과 기업 자금 관리시스템(CMS)을 그대로 이식해 캄보디아의 금융 선진화를 돕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웹케시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회사지만, 은행권에서는 나름 유명한 금융IT 전문기업이다. 현재 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연 매출도 1100억 원을 넘어선 중견기업이다. 국민은행, 주택은행, 동남은행에서 전산 업무를 담당했던 석 대표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8월 부산은행을 마지막으로 은행 전산원 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석 대표를 포함해 당시 해직된 7명의 은행원들이 만든 회사가 웹케시다.

과거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은 폐쇄망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외부 시스템과 연결만 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석 대표는 이를 ‘TCP/IP’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TCP/IP는 1997년 7월 시작된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로 컴퓨터의 데이터 통신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토콜 체계다.

석창규 대표. 웹케시 제공.
“원활한 금융 환경은 금융기관과 기업, 공공이 상호 작용하는 구조이지만 당시에는 이들이 다 분리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융이 기업 안으로, 공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TCP/IP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고민에서 나온 상품이 ‘가상계좌’였다. 가상계좌는 다수의 고객을 보유한 기업이 자금의 입금과 출금을 쉽게 하기위해 고객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금융이 기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석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모델이다.

특히 웹케시는 TCP/IP를 이용해 기업 간 금융거래의 핵심인 인터넷뱅킹을 고안해 냈다. 2001년 국내 최초로 국민은행의 기업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뱅킹 시대를 연 것이다. 이후 기업 인터넷뱅킹 뿐 아니라 개인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도 활발히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시장 1위(점유율 60%)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등 26개 은행이 웹케시의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웹케시는 인터넷뱅킹을 포함한 기업자금관리시스템(CMS)을 금융권에 제공하며 세를 확장해 갔다. CMS는 은행 전산망과 기업의 회계처리 시스템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자금관리와 입출금, 급여이체, 물품결제 등의 다양한 기업 금융거래를 처리해 주는 인프라다. 이 같은 금융연동 서비스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운용 효율화의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지난 해 기준 295개 공공기관과 245개 지방자치단체가 웹케시의 CMS를 활용하고 있다.

석 대표가 캄보디아로 눈을 돌린 이유는 회사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성장이 정체된 웹케시의 대대적인 변화를 위해 지난 2012년 자신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결단까지 내렸다.

웹케시는 1999년 설립 이래 고성장세를 이어오면서 자회사 포함 연매출이 110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하지만 IT 대기업의 잇따른 금융IT 시장 진출로 점점 설 자리가 좁아졌다. 글로벌 대기업들과도 몇 번의 소송전을 치르면서 시장 환경이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했다.

석 대표는 웹케시의 재도약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자신은 글로벌 사업에만 매진하고 전략기획 출신의 윤완수 대표에게 회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웹케시는 큰 댐을 만들어야 하는 회사지만 내가 댐의 구멍만을 막을 생각을 하니 전 직원이 이 구멍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는 구멍막는 일에 전념하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웹케시는 현재 6개의 전자금융 관계사와 중국 및 캄보디아에 해외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석 대표는 윤 대표가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휴가지로 정한 곳이 캄보디아였다. 캄보디아에 처음 간 6개월 동안 석 대표는 마땅히 놀거리를 찾지 못해 무료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캄보디아의 생활 환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중 금융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캄보디아는 아직도 직원들의 월급을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할 정도다. 자신이 한국에서 만들었던 금융 시스템을 캄보디아로 가져오면 사업이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금융자동화기기(ATM) 사업이다. 석 대표는 코사인(KOSIGN)이라는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서 조립한 ATM을 캄보디아에 설치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현지 은행 및 카드부가정보망(VAN) 서비스 업체들과 협력해 거래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이들과 나눠갖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석 대표는 동시에 캄보디아 은행들과 CMS를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 은행들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간의 CMS를 구축해 주면서 중개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만들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현지 기업들이 손쉽게 수납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과거 한국 금융IT 시장을 개척했던 경험들을 기반으로 캄보디아에서 또 한번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석 대표는 “캄보디아 법인 설립 1년 반 만에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는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창규 대표(가운데)와 윤완수(왼쪽 끝) 대표가 기술연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캄보디아 HRD센터 수료생 18명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웹케시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웹케시 제공.
석 대표는 현지 사업 모델 발굴에만 그치지 않았다. 외교부 산하 코이카(KOICA)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캄보디아 HRD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석 대표는 HRD 센터 교육과정 수료생을 한국으로 초청해 웹케시 본사에서 기술연수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들이 2년 후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면 캄보디아의 핵심 인재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HRD 센터 수료생들을 현지 직원으로 채용하는 일자리 제공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석 대표는 “캄보디아 HRD센터를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배출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교육받고 있는 학생들이 150여 명에 달한다.

석 대표는 캄보디아 사업 외에 웹케시의 ‘비즈니스 플랫폼’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꼭 갖고 싶은 것이 다섯 가지 있었는데 두 가지는 가졌고 세 가지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가진 두 가지 때문에 회사가 망할 뻔 했고, 못 가진 세 가지 때문에 회사가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석창규 대표. 웹케시 제공
시스템 구축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던 시절, 석 대표는 250억 원 규모의 시중 은행 시스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다.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2년여 동안 공을 들였지만 결국 대기업에 사업권을 내줬다. 석 대표는 “당시 사업을 따냈더라면 웹케시는 아마 금융IT 시스템 구축 분야만 생각하는 회사가 됐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수주 경쟁에서 졌기 때문에 다른 비즈니스를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고 있는 것이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기업의 전자금융과 전산시스템을 모두 담는 바구니와 같은 존재다. 이 바구니에 기업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하면 된다. 석 대표는 여기에 2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다. “비즈니스 플랫폼은 웹케시가 전자금융시스템 구축 중심의 회사에서 비즈니스 전문회사로 거듭나게 하는 핵심 제품”이라고 석 대표는 강조했다.

비즈니스 플랫폼은 새로 구축할 필요없이 기존 것을 가져다 활용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비즈니스 플랫폼은 캄보디아에도 적용되며 일본으로도 수출될 예정이다.

석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 기업 비즈니스(B2B)를 한다는 게 생뚱맞을 수 있지만 비즈니스 플랫폼은 현지 시장에 맞게 수정만 해서 팔면 되기 때문에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비즈니스 보다 훨씬 쉽다”면서 “이 비즈니스 플랫폼이 웹케시의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생으로 부산대에서 전산통계학을 전공한 이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멀티미디어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10여 년 동안 주택은행, 부산은행, 동남은행 등에서 전자금융 시스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1999년 웹케시의 전신인 피플앤커뮤니티를 설립했으며 2001년부터 지금까지 웹케시를 이끌어 오고 있다. 현재는 웹케시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면서 중국과 일본, 캄보디아에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