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송길호 기자
2014.06.30 06:00:00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집단사고(Groupthink)는 불통(不通)의 전주곡이다. 외부 환경과는 유리된 채 폐쇄적인 상자속에 갇힌 집단적 착시 현상이다. 유사한 교육적· 직업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된 집단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논리에 포획된 채 그들만의 잣대로 오도된 의사결정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집단만의 공유된 가치와 판단기준, 객관성을 상실한 무비판의 환상,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 모두 합리성을 파괴하는 집단주의의 적폐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총리 인선 과정은 인사무능(人事無能)의 파노라마다. 후보자 2명은 국회 청문회장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중도하차했고 문책성으로 경질된 총리는 60일 동안 ‘식물총리’로 전전하다 깜짝 유임됐다.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혁신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이미 물거품. 비정상의 정상화를 공언하는 정부에서 인사문제만은 끊임없이 비정상의 일상화로 치닫고 있다.
인사는 메시지다. 대통령과 국민을 연결하는 소통과 공감의 청사진이다.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은 이를 평가한다. 그래서 참신한 인사는 울림과 설렘으로 다가오고, 부실한 인사는 민심의 이반을 일으키는 법이다. 일련의 인사사고는 대통령의 공감부족, 소통부재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인사파동은 역대 정부에서 예외없이 반복되는 파열음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더욱 심하게 울려퍼지는 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체험적 주변 인물들로 인선의 한계를 설정하는 ‘수첩인사’, 비선라인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밀실인사’, 관료·장군· 판검사 등 특정 직역을 선호하는 ‘편협인사’.
그 이면에는 청와대 참모진의 집단 동조화(同調化)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전관(前官)·로펌 출신의 민정수석실. 이들의 눈으로 보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천문학적 수임료는 문제될 리 없다. 이들에게 두 전직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언론인 출신 후보자의 과거 칼럼이 야당의 감정선을 극도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을 기대하는 건 분명 무리다. 그들만의 판단기준, 그들만의 사고방식으로 현상을 재단하며 일반적인 정서와는 동 떨어진 의사결정에 이르는 모습. 바로 전형적인 집단사고의 오류다.
집단사고는 획일성· 경직성· 폐쇄성 삼위 일체의 앙상블이다. 구성원들이 강한 응집력을 보이고 의사결정과정이 일방향으로 흐르는 조직에선 다른 대안들이 침투할 공간은 사라진다. 겉으로는 일관되고 조화로운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특별한 토론과 비판 견제 없이 경직된 의사결정이 횡행한다.
미국의 저명 사회심리학자 클라크 맥콜리(Clark McCauley)는 특정 조직에서 집단사고가 발현할 수 있는 3가지 환경적 요인을 제시했다. ‘지시적인 리더십, 구성원들의 사회적 배경과 이념의 동질성, 외부로부터의 고립’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나타나는 집단사고의 폐해는 이 같은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는 아닌지 모른다.
청와대 참모진이 집단사고에 빠질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배경이 다양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인재들로 참모진을 재편할 일이다. 외부환경과의 끊임없는 환류작업을 통해 무오류의 환상에 빠질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공유의 리더십을 통해 집단사고의 상자를 확 걷어내고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작동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일. 그래야 사회저변의 흐름과 괴리되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 획일적·경직적·폐쇄적인 지금의 청와대 문화로는 인사실패를 답습하는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더욱 고착화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