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talk!재테크] 여우와 두루미 우화로 본 정보의 비대칭성

by김보리 기자
2014.06.28 06:00:00

고객과 금융기관 간의 숨바꼭질

[조영관 신한카드 부부장] 이솝 우화에 여우와 두루미가 차린 식탁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써보자. 여우는 숲속 친구인 두루미를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향긋하고 기름진 냄새가 두루미의 코끝을 자극했다.

“두루미야! 맛있는 생선 수프를 준비했어, 어서 먹자.” 두루미가 기뻐 날개짓을 했다.

“고마워. 나의 친구 여우야.”

조영관 신한카드 부부장
여우는 맛있게 요리된 음식을 납작한 접시에 담아왔다. 부리가 뾰족한 두루미는 접시 위에 음식을 먹지 못하고 연거푸 흘리기만 했다.

‘뭐야, 나를 골탕먹이려고 한 것 같아. 두고 보자!’ 집에 돌아온 두루미는 여우의 진심을 알지 못하고 복수를 결심했다. 두루미는 다음날 숲 속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먼저 도착한 황새, 왜가리, 따오기는 주둥이가 긴 병에 있는 음식을 뾰족하고 긴 부리로 잘 먹었지만, 여우는 맛있게 먹고 있는 친구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우와 두루미는 서로의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접시와 음식의 종류에 대한 정보 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 준비한 식사가 결국 ‘그림의 떡’이 됐다. 이렇게 본인은 알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정보가 생기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라고 한다. 결국 이것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잘못된 선택을 가져온다.

◇ 자동차 정비사와 여성 운전자

차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여성 운전자가 원거리 여행 중 고장 난 차로 카센터를 들르게 될 경우 남성보다 바가지요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차 부품정보에 운전자보다 기술과 정보력에서 우위에 있는 정비사들이 정보의 비대칭현상을 악용하여 고장 난 범위를 확대하고, 교체하지 않아도 될 부품까지 함께 정비를 요청할 경우 대부분 수용하는 게 현실이다. 마치 차 정비용 부품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정보격차는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 수준과 같다.

◇ 금융기관과 고객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에는 대출금을 충실하게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은행은 모르지만 대출받으려는 사람은 알고 있다. 고객별 적합한 대출조건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은행에서 저리자금을 빌릴 수 있는 우량 고객이지만, 이자율이 비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융기관이 인터넷을 통해 대출 신청이 모두 가능하다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줄어든다. 은행 대출 가산 금리를 한눈에 비교해 금리가 낮은 은행을 찾을 수 있도록 은행별 대출 가산금리 비교공시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대출금리 경쟁이 이루어진다.

◇ 중매와 연애결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몇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옛날에는 중매결혼이기 때문에 신랑과 신부는 첫날밤에서야 서로 얼굴을 보았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결혼을 한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결혼을 하기 위해서 연애기간을 시간을 갖는다. 왜 그럴까.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일정한 연애기간을 거치면서 배우자에 대한 충분한 탐색기간을 가져 결혼의 실패를 줄이려는 심리가 숨어 있다.

◇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전자제품을 살 때 전자상가에 가서 흥정을 해야 했다. 그리고 발품을 팔아가며 전자상가를 헤매고 다녀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가격비교사이트에서 각 제품에 대한 판매가격을 알려주고, 가장 싸게 파는 가게를 골라 준다. 그러다보니 힘들게 발품을 팔면서 상가를 헤매는 사람이 줄고 있다. 유가,보험,금리,가전등 비교사이트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고 상품별로 추가되고 있어 공급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차 줄고 있다.

금융사의 정확한 상품 조건도 무료 금리비교사이트를 통해 한 번에 파악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카드사들도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카드대출 금리를 공개하고 있다.

카드이용 고객이 카드사별로 금리 차이를 비교해 이용한다면 카드사들의 금리 경쟁 구조가 만들어져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폭 넓어진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보를 가진 쪽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과감하게 상대방에게 제시할 것이다. 또한 정보를 갖지 못한 고객들은 금융기관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산업의 투명화 조치는 정보의 비대칭에 놓였던 일반소비자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자로 똑똑한 구매자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