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말꼬리 잡은 野 어깃장에 혈세회수 지연 '소탐대실'

by나원식 기자
2014.03.06 06:00:00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안홍철 KIC 사장 트위터 글 ''뜨거운 감자''
정치권 날선 공방에 민영화 지연...우리금융 경쟁력 악화 우려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사안이니만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조만간 통과될 거라고 보면 된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들은 ‘조특법 개정안을 조세소위에서 통과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대부분 이 같이 대답했다. 여야에서 6명씩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조세소위원회 구성원 가운데 조특법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다는 의미다.

조특법 개정안은 정부가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6500억원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방안이다.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지방은행 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은행 매각도 추진될 수 있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 이후 네 번째 시도하고 있는 숙원 사업이니만큼 국회의원들도 특별하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여러 정치 현안이 발목을 잡으며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첫 단계인 조세소위에서도 ‘표류’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우리은행 매각 등 남은 일정에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일단 4월 임시국회에서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여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이 전혀 없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사퇴 여부를 두고 조특법 처리를 보류한 사실은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민주당은 안 사장이 과거 본인의 트위터에서 야권 주요 인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가 사퇴하기 전까지 기재위를 ‘보이콧’ 한 바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4월까지 안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이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가 있으면 4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국회 기재위 소속 한 관계자는 “안 사장의 트위터 발언 공방 이후 조특법은 기재위 차원이 아니라 지도부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야가 조특법을 처리하기로 한 4월은 6월 지방선거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다른 정치 이슈가 불거져 또 미뤄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조특법이 조세소위를 통과하더라도 변수는 남아 있다. 일부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조특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법사위, 본회의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조특법 처리가 국회의 정쟁 탓에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은 조특법 개정안 처리 연기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다. 지방은행 분할시 내야 하는 법인세 6500억원을 미리 손익계산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매각 주체인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내에서는 마찰음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분할 일정을 5월 1일로 연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사외이사가 민영화 지연에 따른 책임을 정부와 국회에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격론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이슈에 매달려 있는 우리금융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조특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우리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영업력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매각에 따른 피로감이 계속 쌓이는 등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남·광주은행 매각 가격의 재산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두 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인수 가격이 결정됐는데 만약 조특법이 4월에도 통과되지 못하면 기준 시점에서 1년이 지난 올 6월 국회 이후에나 매각 여부를 확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재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4월로 예정돼 있던 우리은행 매각공고는 5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지방은행 매각 일정이 밀리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 우리은행 민영화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며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이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접근해 문제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 설립



- 2010년 7월 30일 공자위,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의결

- 2010년 10월 29일 우리금융 매각 공고

- 2010년 12월 유효경쟁 이슈 등으로 경쟁 입찰 방식의 민영화 중단

- 2011년 5월 공자위, 우리금융 민영화 재추진방안 발표

- 2011년 8월 예비입찰 결과 유효경쟁 성립 불발 매각 중단

- 2012년 3월 금융위원장, 총선 후 매각재개 선언

- 2012년 4월 우리금융 민영화 재추진방안 발표

- 2012년 4월 30일 매각 공고

- 2012년 7월 25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인수전 불참 결정

- 2012년 7월 27일 예비입찰 결과 유효경쟁 설립 불발(신청자 없음)

- 2013년 6월 26일 우리금융 민영화 재추진방안 발표

- 2013년 10월 25일 안종범 의원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발의

- 2013년 12월 24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2013년 12월 국회 기재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조특법 처리 논의

- 2013년 2월 국회 기재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조특법 재논의

- 2014년 4월 국회 기재위원회 전체회의서 조특법 논의(예정)

- 2014년 4월 말 우리은행 매각 공청회(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