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 불굴의 헌신에 감동…시련·갈등의 리더십엔 탄식

by박수익 기자
2013.12.31 06:30:00

‘굿모닝이데일리’에 등장한 92인 분석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시련, 과제, 도전, 감동”

이데일리는 지난 7월 지면개편을 통해 매일아침 정보의 홍수속에서도 자칫 지나칠 수 있는 뉴스속의 인물을 되짚어보는 ‘굿모닝이데일리’를 연재해왔습니다.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관료, 경영일선을 책임지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 평범한 샐러리맨,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성공스토리를 써낸 이들까지 ‘굿모닝이데일리’에 등장한 인물들은 다양합니다. 이데일리는 이들의 면면과 사연을 통해 한해를 되돌아 보는 기획물을 마련했습니다. ‘굿모닝’이라는 밝은 이미지와 함께 내년에는 더욱 즐겁고 사람냄새 물씬나는 굿모닝이데일리로 찾아뵙겠습니다.

올해 굿모닝이데일리에 등장한 인물 92명을 직업군으로 나눠보면 정부고위관료, 공기업CEO 등 정부측 인사가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직업정치인까지 포함하면 41명으로 정·관계가 전체 등장인물의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정·관계 인사들을 설명하는 수식어에는 ‘시련’과 ‘과제’란 단어가 단골로 등장한 것도 눈에 띈다. 그만큼 새정부 출범 1년차인 올 한해 정부와 정치권이 경기침체 극복과 사회곳곳의 갈등 통합 등을 위해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을 담은 셈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현정부의 경제정책 총괄자답게 두 차례 등장했다. 지난 8월 14일에는 박근혜정부들어 처음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월급쟁이 증세’라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는 내용을 조명했다. 11월 21일에는 ‘파티는 끝났다’는 그의 발언을 통해 향후 본격화될 공기업 개혁드라이브를 짚어봤다. 굿모닝이데일리가 집중조명한 두 과제는 현 부총리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법 개정은 연말국회에서 예산안과 맞물려 ‘증세없는 복지’논쟁이 진행 중이고, 공기업개혁 역시 그의 결연한 의지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부동산경기침체와 맞물려 주무부처장관인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도 두 차례 등장했다. 굿모닝이데일리가 난제 앞에 놓인 그에게 주문한 것은 ‘설득의 리더십’이었고, 공교롭게 그는 현재 철도노조파업사태로 또다시 리더십의 시험대에 놓여있다.

서 장관과 함께 철도파업 사태의 한 가운데 놓인 최연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사장도 취임 전·후 두차례 등장했다. 한국철도 114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인 그는 연일 최장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철도노조파업사태에 강경하고 단호한 모습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강대강’대치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기약없는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민 피해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혜안이 정부와 노조의 중간에 선 그에게 요구되는 숙제다.

굿모닝이데일리에는 두 명의 보건복지부장관도 등장했다.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9월23일에는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 속에 ‘사퇴설’에 휩싸인 진영 장관이, 11월12일에는 결국 물러난 진 장관에 이어 기초연금 구원투수로 등장한 문형표 장관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문 장관은 깜짝발탁 당시에는 결정적 흠결이 없어 임명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적유용 논란 속에 국회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12월초 공식임명됐다. 그가 기초연금을 비롯해 보육, 보건의료 등 자신에게 주어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자신을 거세게 반대했던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 등 잇단 대형사고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보낸 박원순 서울시장(8월1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8월8일), 지방재정난 속에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으로 머리가 아픈 김문수 경기지사(9월12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태에 따른 정치적책임문제로 기로에 섰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10월7일) 등을 관통한 단어도 ‘시련과 과제, 시험대에 선 리더십’이었다.



기업CEO들에게도 시련의 계절은 예외가 아니었다. 이석채 KT회장(10월 24일) 정준양 포스코회장(11월11일)은 ‘외압’논란 속에 연이어 물러나는 수순을 밟았다. 거액의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회장(8월21일), 그룹유동성위기 속에 무너져내린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그룹 회장(9월5일)에게도 올해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듯 싶다.

“작은 체구의 승무원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승객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며 승객 대피에 앞장섰어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지난 7월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내려다보이는 바다쪽에서 낮은고도로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이 ‘쿵’하는 굉음과 함께 튀어오른 뒤 이내 바닥에 내리꽂혔다. 당시 사고로 승객 3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에 가까운 이들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탑승인원이 307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왔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탈출과정에서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고, 특히 최선임 승무원으로 구조활동에 앞장섰던 이윤혜 캐빈매너저(7월9일)는 국내외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자신을 던진 이 매니저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귀감이 되는 ‘작은 영웅’이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아이디어로 무장해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는 이들도 굿모닝이데일리를 통해 소개됐다. 일본시장에서 굴지의 현지 유명 가전업체를 제치고 홈쇼핑 매출 신기록을 써낸 원적외선 웰빙 조리기 업체 자이글(ZAIGLE)의 이진희 대표(7월18일)가 대표적이다.

“쓰러지지 않는 한 계속하겠다.” 8월26일자에 게재된 ‘진격의 할배’ 이순재는 ‘도전’은 젊은이들만의 영역이라는 오해를 보란듯 깨트려버린 우리시대 진짜 국민배우다. 여든을 눈앞에 둔 나이에 드라마와 영화, 예능은 물론 연극연출가로도 나섰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외환위기에 시름하던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과 기쁨을 선사해줬다면, 오늘날 우리에겐 류현진과 추신수, 박인비가 있다.

‘LA몬스터’ 류현진 선수(10월21일)는 시즌 전 만해도 높은 몸값과 체력 논란 속에 삐딱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지만, 오로지 실력으로 숱한 비관적 전망을 잠재우며 빅리그 첫 시즌을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의 빼어난 실력으로 마무리했다.

또 한명의 메이저리거 추신수. 그에게는 늘 ‘인내의 야구’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사실 ‘인내’란 말은 쉽지만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아야 살아남는 프로의 세계에서 잘 참을 수 있는 사람에게 최고의 자리가 돌아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역설이다. 그만큼 최고가 되기 어렵고, 추신수는 결국 해냈다. 9월25일자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12번째, 내셔널리그 톱타자로는 최초로 한시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로 소개되며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예고했고, 마침내 그는 아시아출신 메이저리그 가운데 처음으로 총액 1억달러를 넘어서는 ‘잭팟’의 주인공으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3일 또 한번 소개됐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박인비(11월19일)는 올초 시즌 첫 우승당시 “할아버지의 소원을 풀어드렸다”며 눈시울을 흘리기도 했다. 굿모닝이데일리 등장인물 중 최연소(25)이기도 한 그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최고 자리에 오른 그에게 남은 건 자신과의 승부, 그 치열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