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13.04.29 06:00:01
엔저 힘입어 소니·도요타 등 일본기업 실적호조
환율 악재에 현대차·포스코 등 실적 뒷걸음질
[이데일리 이진철 성문재 기자] ‘신엔저 효과’가 한국과 일본 간판기업의 실적 명암을 갈라놓고 있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들은 올들어 글로벌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예상 밖의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반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의 간판기업들의 실적은 ‘원고-엔저’의 덫에 갇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전선에서 한국 기업들은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올 1분기 환율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실적이 2,3분기에도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와 턴어라운드(실적반등)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소니는 5년만에 처음으로 올 1분기 흑자 전환했다. 소니는 4분기(올 1~3월) 순이익이 400억엔(약 4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 4567억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소니의 흑자전환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다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엔화 약세 흐름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지난 2007년 회계연도 이후부터 4년간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시장에서는 소니의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5% 증가한 6조8000억엔, 영업이익은 전년 672억엔 적자에서 2300억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달 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역시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시장에선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도요타 경상이익이 350억 엔씩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도요타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경상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가 지난 24일 발표한 1~3월 세계 판매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했지만 243만대로 세계 1위를 지켰다. 특히 도요타의 주가는 최근 5개월간 75%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중의원 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약속한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며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일본의 최대 철강기업 신일철주금도 실적 개선세가 확연하다. 2012회계연도 하반기(2012년 9월~2013년 3월) 경상이익 전망치는 400억엔으로 상반기(303억엔)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