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3.04.14 09:10:17
서울 도심권 18%·여의도 15.2%…08년 이후 공실 최고
공급과잉+경기침체로 빌딩수요↓…연말까지 공실증가 예상
수개월 임대료 안받는 렌트프리 유행…빌딩 수익률 직격탄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서울 도심권에 있는 12층짜리 프라임급(3만3000㎡ 초과) A빌딩은 3개 층이 6개월째 공실로 남아 있다. 그 중 1개 층은 벌써 9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주변에 신규 오피스가 쏟아지면서 임차인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빌딩 관리소장 김모(45)씨는 “오피스 공급과잉으로 임차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졌다”며 “특히 임차인들에게 렌트프리(무상임대) 혜택 등을 주다 보니 수익률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이 공실률 증가와 임대료 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빌딩 전문업체 프라퍼트리가 서울지역 프라임빌딩(연면적 3만3000㎡·1만평 초과) 327동을 조사한 결과 공실률이 무려 14%에 달했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최근 2~3년간 오피스 공급이 쏟아졌던 도심권(CBD·광화문)과 여의도(YBD)의 공실률은 각각 18.5%와 15.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1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강남(KBD) 역시 8.7%로 거의 10% 수준에 육박했다. 업계에서는 수익률을 유지하는 공실률 마지노선을 5% 안팎으로 보고 있다.
프라퍼트리 고신 대표는 “도심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신규 빌딩 입주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어 올 연말까지 공실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임대 선호도가 떨어지는 빌딩의 경우 타격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오피스 공급과잉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경기 상황이 좋을 때 계획된 빌딩들이 최근 줄줄이 준공되면서 시장에 공급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경기 침체로 빌딩 수요 자체가 줄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 준공된 오피스일수록 공실률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준공된 종로구의 T빌딩은 4월 현재 빈 사무실 74%에 달한다. 지난해 여의도에 26만4337㎡ 규모로 조성된 서울국제금융센터(IFC) 1·2·3빌딩 역시 1빌딩을 제외한 나머지 2·3빌딩은 입주율이 심각할 정도로 저조하다. 2빌딩은 공실률이 80%를 넘어섰고 3빌딩은 임차인을 거의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익률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빌딩 주인들이 건물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명목상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계약 땐 대부분 수개월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 조항’을 옵션으로 넣으면서 실제 수익률은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최근 오피스 공급이 집중된 도심과 여의도는 렌트프리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은 1년에 2~4개월 정도 렌트프리를 제공하고 있어 실제임대료는 명목상의 임대료보다 최고 32%가량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