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경부 기자
2012.12.31 08:00:00
[이데일리 정치경제부] 송구영신(送舊迎新).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진년(壬辰年)이 지나가고, 새로운 계사년(癸巳年)이 다가왔다. 지난 한해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는 5년만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런던올림픽에서의 선전,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국민들을 기쁘게 했던 일들도 많았다. 반면 침체에 빠진 경제상황과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등은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 사건들을 알파벳순으로 풀어봤다.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양분한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은 한미 양국은 물론이고 독일, 네덜란드, 영국, 호주, 일본 등으로 확산되며 ‘지구촌 소송’이 됐다. 대부분의 나라가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달리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 소송에서는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배심원 판결이 나오며 삼성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삼성 역시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등을 비롯한 애플 전 제품을 특허 침해 혐의로 맞제소한 상황이다. 해당 재판은 오는 2013년 시작돼, 2014년에나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는 정보처리기술 발달로 개인들이 남기는 쇼핑후기, 카드이용내역서 등 주변에 널려있는 데이터(Data)를 분석해 의미있는 정보(information)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소비자 개개인에 맞춘 마케팅 기법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은 선거전략, 사회정책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 캠프가 어떤 사람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예측을 해 맞춤형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은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반면 사생활을 침해해 ‘빅브라더’의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올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불과 19일 만에 신용등급을 줄줄이 상향 평가받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무디스(8월27일)가 A1에서 Aa3, 피치(9월6일)는 A+에서 AA-, S&P(9월14일)는 A에서 A+로 올렸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가 외국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아낼 수 있는지 그 나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면 해당 국가 기업이나 은행 등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민간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가산 금리가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주택담보대출이 400조원으로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제 때 상환하지 못한 가구가 부동산을 내놓으면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이는 가계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자산대비 부채로 보면 가계부채 위험이 과장돼 있다며, 증가속도는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해법으로 내놨다. 한편 국제기준에 맞게 국가채무 통계 산출을 새로 한 결과, 지난해 나랏빚은 48조원 이상 늘어난 468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37.9%로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포함한 60여개국에서 선거가 실시되면서 ‘글로벌 선거의 해’를 보냈다. 1월 대만과 핀란드를 시작으로 4월 프랑스, 5월 이집트, 7월 멕시코와 인도, 10월 중국, 11월 미국, 12월엔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특히 한국을 둘러싼 주변 4강의 리더십이 교체됐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2기 집권에 들어갔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시대가 열렸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이 당선되면서 각각 2007년과 2008년 이후 재집권에 성공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의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이 만료돼 미국인 가운데 90%가 세금을 더 내고 정부 예산은 대폭 줄며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되는 현상이다. 경제성장률이 절벽처럼 뚝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재정절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동안 ‘빚’으로 부양하고 있었던 미국 경제가 그 기반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절벽이 실현화되면 미국 내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지고, 실업률 역시 9%대로 치솟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공화당은 재정절벽을 막을만한 새로운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공화당의 입장 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큰 충격을 막는 수준에서 부분합의가 연내에 이뤄진 후, 내년 1월까지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치러진 대선에서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경제민주화란 기본적으로 균형성장, 안정과 분배, 대기업의 시장지배력과 경제력 남용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지배력를 갖춘 대기업은 잘 나가는 반면, 중소기업은 열악한 경영 환경에 노출돼 있고, 국민들의 생활도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심화하며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진 상황이다. 헌법 119조 2항에도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맞춰져 있다. 대기업과 국민경제 간 선순환 고리가 약해진데다, 일부 재벌들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골목상권까지 위협하자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으로 순환출자에 대해 기존순환출자는 인정하고,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으로 이들은 주택가격이 오를 때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서민들은 속속 하우스 푸어로 전락했다. 부동산 정보회사들은 전국에서 157만 가구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살던 아파트를 경매장에 내놓은 경우도 수도권에서만 11월 현재 3000건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불을 지핀 한국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갈등이 올해 최고조에 달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도 양국간 독도 다툼은 이어졌으며 일본은 현재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양국의 정치적 갈등은 통화스와프 중단,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등 경제적 협력관계 마저 삐거덕거리게 만들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동남아국가 간 갈등 등 영토 갈등이 어느때보다 심한 한해였다.
올 한 해 고용시장은 취업자 숫자로만 보면 분명 ‘고용대박’이었다. 지난달까지 따졌을 때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45만1000명 늘어났다. 고용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25~29세 실업률은 6.5%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한 반면,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23만3000명, 21만4000명 증가했다. 내년에도 고용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올랐다. 개도국 지분 확대 요구와 세계은행 자본금 부족 문제, 경제개발 과제에 자본을 대출해주는데 집중한 현재 세계은행의 기능을 어떻게 다양화 할 것인가가 시급한 과제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출신으로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았고, 2006년 타임 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2009년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임명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30번째 하계올림픽인 런던올림픽이 열렸다. 1908년 제4회 대회와 1948년 제14회 대회를 개최한 바 있는 런던은 이로써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세 차례나 올림픽을 유치한 도시가 됐다. 대회 공식 슬로건은 ‘하나의 삶(Live As One)’, 공식 모토는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 중심 테마는 ‘지속가능한 올림픽(Sustainable Olympic Games)’이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영화가 마침내 관객 1억명 시대를 열었다. 올해 한국영화는 2006년부터 불어 닥친 침체의 긴 늪에서도 벗어났다.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2편은 3개월 간격으로 천만 관객 동원 영화에 등극했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한국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3년여 침묵을 깨고 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된데 이어 올해 베니스에서 큰 성과를 냈다.
북한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동북아를 긴장 속에 몰아넣었다. 지난 4월 발사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 발사에서 성공했다. 이로써 북한은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여줬다. 북한은 로켓 탑재물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켜 한국보다 먼저 ‘우주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의 ‘나로호’는 3차례 시도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2008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희망과 기적의 상징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재정절벽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연말까지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6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감축과 감세 혜택이 중단되고 국방비 등 연방 예산도 자동 삭감되면서 정부의 갑작스러운 지출 감소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재정절벽 현상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싸이(본명 박재상)의 6집 신곡 ‘강남스타일’이 국경을 넘어선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글로벌 문화코드가 됐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적인 ‘말춤’ 열풍이 불었다. ‘강남스타일’은 세계 최초 유튜브 조회수 10억건 돌파, 빌보드 핫100(싱글 차트) 7주 연속 2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싸이는 미국 CNN 방송이 선정한 ‘올해 흥미로운 인물’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 9월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했다. 3차 양적완화와 함께 시행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가 연말 종료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매월 45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 매입하는 등 사실상 4차 양적완화(QE4)를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도 추가 금융완화로 자산매입 기금을 10조엔을 증액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국채매입프로그램(OMT)을 내놓은 바 있다. 선진국들이 잇따라 양적완화에 나서며 신흥국 화폐가치가 치솟자 화폐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트리려는 글로벌 환율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
올해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덮쳤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스페인 구제금융으로 확산된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중국 등 중심국의 제조업 경기 둔화세가 역력해지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주요국의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3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3분기 저점론’ 희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기획재정부 역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4.0%에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3.0%로 수정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유난히 활발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는 물론 후보자들의 말실수, 토론 내용 등이 SNS로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여론을 형성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SNS를 통한 루머 확산과 불법 선거운동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었다. 투표를 독려하는 여성의 가슴 사진이 확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12월10일 올해 수출입을 합한 무역 규모가 2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무역 8강국’에 이름을 올렸다. ▲FTA의 효과적 활용 ▲중소기업의 약진 ▲신시장 개척 ▲수출 품목의 다변화 등의 결과다. 세계 경기 둔화로 교역이 감소하는 추세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문제는 연간 수출 증가율이다. 정부는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연간 수출증가율이 전년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에 나선 여야 후보가 모두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소득분위에 따라 0~100%까지 차등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저소득층인 소득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 소득 3~4분위 학생은 75%, 소득 5~7분위 학생은 절반, 소득 8분위 학생은 25%를 지원한다는 것. 그러나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문제는 여전히 정치권의 이슈로 남아 있다.
18대 대선을 치르면서 세대, 지역, 이념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정면승부인 동시에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격렬한 대결이 펼쳐졌다. 이념과 세대갈등이 나타나며 2030세대의 65% 이상이 문 후보를, 50대 이상의 70%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 지역주의의 두터운 벽도 여전했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예상대로 박 후보를 밀었고, 호남은 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며 동서 간 갈등도 재현됐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차기 대통령은 이런 이념·세대·계층 간의 갈등을 푸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박 당선인도 국정 키워드로 화해와 대탕평, 국민대통합을 제시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한국은 처음으로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게 됐다. 박 당선인은 올해 두 번의 큰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그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9일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올해 4월 총선에서 단독과반으로 승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대선 체제로 돌입해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단일후보를 물리치며 대선 승리까지 일궈냈다. 특히 박 당선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첫 번째 ‘과반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중국에서 후진타오 주석의 10년 집권이 막을 내리고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시대가 열렸다. 시진핑 정권은 국내적으로 경제 성장세는 유지하면서 개방·개혁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생긴 빈부 격차 및 분배 불균형, 계층·지역간 갈등, 관료 부패, 민주화 요구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 군사력 강화 등을 바탕으로 한 ‘한층 강력한 중국’을 주문하면서 주변 국가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G2의 한축인 미국과의 정치·경제 분야의 관계 설정도 관심거리다.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엔화 강세 국면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안전자산인 엔화는 글로벌 위기가 부각될 때마다 가치가 오르며 달러당 70엔 대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80엔대 중반까지 엔화 값이 떨어졌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전부터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겠다”는 발언을 쏟아내며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일본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한국업체는 ‘엔고(高)원저(低)’ 구도가 흔들릴 수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 오랫동안 엔화 강세 환경에 젖어 있던 자동차나 IT 업계는 불안감이 커졌고, 업계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또는 명목금리가 0%대인 것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중에 자금순환이 위축된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 제로금리를 실시하면 매우 낮은 이자만 은행에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주식·부동산·창업 등 다양한 투자수요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이 1999년 가장 처음 공식적으로 제로금리정책을 선언했으며 미국, ECB(유럽중앙은행), 영국 등 선진국 역시 제로금리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신흥국가들은 여전히 2~5%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취하고 있어 주요국들에서 풀린 돈이 신흥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가치가 절상돼 수출경쟁력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