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사흘만에 반등..재정절벽 협상기대

by이정훈 기자
2012.12.18 06:08:16

3대지수 1%안팎 상승..나스닥 3000선 재탈환
금융-기술주 강세..애플 반등-HP는 큰폭 하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경제지표가 부진했지만, 재정절벽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덕이었다.

1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00.38포인트, 0.76% 상승한 1만3235.39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39.27포인트, 1.32% 오른 3010.60을 기록하며 다시 3000선을 회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거래일보다 16.78포인트, 1.19% 높은 1430.36을 기록했다.

개장전 독일 분데스방크가 올 연말과 내년초까지 독일 경제가 뚜렷한 성장 둔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에도 유로존 경제가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제조업 경기 둔화를 확인시켜준 것도 부담이 됐다.

그러나 최근 이틀간의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는 가운데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부유층 세금 인상을 제안한 뒤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첫 회동을 다시 가졌다는 소식이 시장심리를 살려냈다.

대부분 업종들이 상승한 가운데 특히 기술주와 금융주가 강세를 이끌었다. 최근 하락세를 거듭하며 시가총액 1위 업체의 체면을 구긴 애플은 이날도 씨티그룹 등의 투자의견,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약세를 보이다 막판 2% 가까운 반등을 이끌어냈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레이몬드 제임스로부터 목표주가 상향 조정을 받은 덕에 각각 4.12%, 3.97% 상승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델타와 US에어웨이스, 유나이티드 컨티넨털 등 항공주들도 달만로즈가 업종 전망은 ‘강세’로 상향 조정한 덕에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AIG도 아시아 보험사인 AIA 지분을 6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3% 가까이 치솟았다.

카리부커피 역시 독일 지주회사인 조 A. 벤키저사가 3억2500만달러에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30% 이상 폭등했다. 반면 클리어와이어는 스프린트넥스텔이 제안한 주식 인수가격을 승인하면서 14% 가까이 급락했다.

◇ 월가전문가들 “S&P500지수, 내년 사상최고 노린다”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전략가들이 내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현 수준보다 10%나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 경신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미국의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 최신호는 ‘2013년 전망’이라는 커버스토리에서 10명의 월가 유명 투자전략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도 증시 전망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는 데이빗 J. 코스틴 골드만삭스 스트래티지스트를 비롯해 바클레이즈캐피탈의 배리 냅, 블랙록의 러스 쾨스테리히, JP모간의 토마스 리, 씨티의 토비어스 레브코비치, 모간스탠리의 아담 파커, 프루덴셜의 존 프라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사비타 서바라매니안, 푸트남의 제프리 나이트 등이 참여했다.

총 10명이 제시한 전망치의 평균값은 1562선으로, 이는 현재 지수 수준보다 10%나 높을 뿐 아니라 지난 2007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1565선에 비해서도 3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10명 가운데 씨티의 레브코비치가 1615선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가운데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인 1565선을 넘어갈 것으로 본 전문가는 6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들 전문가들 가운데 프루덴셜의 프라빈이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0%로 제시했을 뿐 절반 이상의 전문가는 내년 성장률이 2%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내년도에도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실적은 5% 안팎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재정절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민주와 공화당이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끌어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공화 ‘한발 후퇴’후 재정절벽 협상 가속



‘절대 증세는 없다’며 버티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일부 부자 증세를 수용할 뜻을 밝힌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본격적인 협상을 재개했다. 마이클 스틸 하원의장 대변인은 이날 “양측은 재정절벽을 해결하고 균형잡인 적자 감축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베이너 의장이 이를 위해 오전중 백악관을 직접 찾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는 지난주말 베이너 의장이 복지지출 삭감을 전제로 연간 소득 100만달러 이상인 가계에 대해 세금 인상을 받아들이고 1년간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한을 높여줄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은 이후 처음으로 가진 회동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닷새간 벌써 세번째 회동이었다.

양측은 이날 45분간 진행된 회동 이후 구체적인 합의안이나 발표를 하지 않았고, 연간 소득 25만달러 이상 가계에 대한 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베이너의 새로운 제안을 거부하긴 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다소나마 좁혀지고 있다는 신호가 되고 있다. 또 일부 소식통에 의하면 베이너 의장이 기존 8000억달러 세수 확충 제안을 최대 1조달러까지 늘리는 방안도 수용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신 베이너 의장은 세수 확충액과 복지 프로그램 등의 지출 삭감액을 동일하게 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주말에는 협상 시작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과 공화당 실무진이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연락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양측간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기도 했다. 이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재정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균형잡힌 안은 오바마의 제안이 유일하다”며 베이너 의장의 새 제안이 아직도 충분치 않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 민주당 보좌관은 “합의가 임박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양측 의견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진전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 드라기 “유로존 성장, 내년 하반기까지 매우 더딜듯”

유로존 경제가 올 4분기에 더 악화되고 있고 내년 하반기까지도 회복세가 매우 더딜 것이라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전망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유럽 의회 경제통화정책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근 일부 서베이지표가 저점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4분기중 여러 지표들은 경제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 성장 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내년 하반기에도 아주 더딘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유로존 재정긴축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재정긴축 필요성은 분명히 있으며 이는 정당화될 수 있다”며 “이미 긴축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지만, 지금 이를 되돌릴 경우 유로존은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금리를 올리고 성장 하강사이클이 재연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정적자가 아주 크다면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스페인과 다른 재정적자가 컸던 국가들의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크레딧 흐름이 여전히 부진한 것도 사실”이라며 “ECB의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가는 게 아직 어려운 상황이며 투자와 소비 부진이 크레딧 흐름을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엠파이어지수, 5개월째 마이너스..美제조업 ‘위축’

뉴욕 제조업 경기가 예상밖의 부진을 이어갔다. 특히 5개월 연속으로 경기 위축세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경기도 여전히 둔화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뉴욕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마이너스(-)8.1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11월의 -5.22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1.0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특히 지수가 경기 확장과 위축을 판단하는 기준치인 제로(0)를 5개월 연속으로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 위축세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부 항목별로는 고용지수가 -9.68로, 앞선 11월의 -14.61보다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신규주문은 +3.08에서 -3.70으로 악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6개월후 경기여건지수 12.88에서 18.66으로, 제품가격지수도 14.61에서 16.13으로 각각 나아졌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는 미국내 지역별 제조업경기지수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돼 미국 제조업경기를 읽을 수 있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한편 뉴욕 연은은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 영향으로 인해 지난 10월에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7% 정도 줄었고 11월에도 5% 감소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