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2.09.07 05:32:09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기분좋은 급등랠리를 연출했다. 지수가 이렇게 크게 오른 것은 여름철 들어 거의 처음있는 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년만에, 나스닥지수는 12년만에 최고치까지 올라섰다.
시장 랠리의 선봉은 뭐니뭐니해도 무제한 국채매입 계획을 밝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였다. 시장의 기대에 화답하는 내용이었고, “유로존 수호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겠다”던 자신을 약속을 멋지게 지켜낸 셈이다. 특히 이는 추가 부양책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브라이언 젠드루 세트라파이낸셜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오늘의 랠리는 말 그대로 완벽했다”며 “미국의 모든 경제지표가 다 호조를 보였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도 랠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새로운 국채매입 프로그램이 성공할지는 아직 자신할 수 없지만 ECB가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는 쪽에 섰다는 점을 분명해 보인다”며 “앞으로 유로존 경기여건에 따라 시장은 아직도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ECB의 이번 조치는 그 만큼 유로존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고, 국채매입의 효과가 가시화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랠리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고, 이후 시장은 다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국채매입을 둘러싸고도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사바라 레일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ECB가 국채매입을 합의했지만, 스페인이 유럽안정화기금(ESM)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느냐가 전제조건이며 스페인은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고 이는 많은 부분이 정치인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은 스페인 구제계획에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추가할 수 있다”며 “아울러 정책위원들 가운데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아직도 ECB의 의견 분열이 있고, 독일이 설득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결국 12일쯤으로 예정된 독일 헌법재판소의 ESM 위헌여부 판결을 지켜봐야할 것이고, 이후 독일과 ECB, 스페인 등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견 조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쪽에서도 굵직한 재료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쉽사리 시장 방향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베노이트 앤 소시에떼 제너럴 이머징마켓 전략헤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상황이 정리되진 않았다”며 “미국의 고용지표와 다음주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이벤트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일단 내일까지는 단기적으로 위험자산들이 랠리를 보일 것이지만 고용지표를 앞두고 신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