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h SRE][워스트]대성산업 첫 등장

by김재은 기자
2012.05.03 10:04:00

건설에 유통까지 오너 확장전략 `경고`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석유가스 판매업체인 대성산업이 건설유통업체로 변모하면서 15회 SRE에서 워스트레이팅에 처음 등장했다. 대성산업의 등급(A·안정적)이 부적정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106명 중 38명으로 36%(복수응답 가능)를 기록했다. 대성산업은 40여개 대상 기업 중 등급이 부적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번째로 높았다.

대성산업(128820)은 사실 10여년전만해도 채권업계에서 선호하는 종목이었다. 많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여줬고 다른 분야로의 사업확장에도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창업주 김수근 회장의 세 아들은 2000년대초 지분다툼을 벌인 형제의 난과 대성지주 사명 사용 관련 소송, 유산상속 분쟁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서로 반목하고 있다. 첫째인 김영대 회장이 이끄는 대성산업의 리스크가 부각된 것은 2007년 디큐브시티 설립이 발단이다.



창업주 김수근 회장은 대성산업은 첫째 김영대 회장에게, 서울도시가스는 둘째 김영민 회장에게, 대구도시가스는 셋째 김영훈 회장에게 각각 물려줬다. 가스관 설비공사를 위해 자체 건설부문을 보유하고 있던 대성산업은 회사가 쪼개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됐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자체적 건설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정, ‘유니드’ 브랜드로 주택사업 등에 나선다. 신도림에 위치한 석탄공장 부지도 매각하기보다 자체적 건설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하며 2007년 하반기부터 디큐브시티를 짓게 된다.
 
하지만 총 공사비가 8500억원에 육박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차입금 부담에 대성산업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리츠로의 재매각을 선택했다. 그러던 지난 3월 갑자기 매각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재매각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른다.
디큐브시티 매각이 진행되던 2월과 매각이 중단된 3월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스페셜 코멘트를 냈다. 대성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중점 모니터링하며, 등급하향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한기평은 2월 “디큐브시티 매각이 대성산업의 주요 크레딧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고, 한신평은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대성산업이 지난 2월 1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성공하지 못했다면 디큐브시티 매각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자 매각을 철회한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져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성산업은 2월에 이어 4월에도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성산업은 그동안 건설업을 확장하면서 차입금이 크게 늘어났다. 예정사업장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도 과중하다는 평가다.
지난해말 기준 진행 또는 예정사업장에 대한 PF 채무인수보증잔액은 6240억원으로 자기자본(7000억원) 대비 지나치게 높다. 시행사 기준 연간 이자비용이 400억원에 달하고, 1년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PF우발채무 규모가 전체의 83%인 5350억원에 달해 차환리스크도 상존한다.


2011년말 기준 대성산업의 총차입금은 1조2900억원으로 2008년(7500억원)에 비해 71%(5300억원)나 늘었다. PF 지급보증을 포함한 조정총차입금은 1조3700억원에서 1조9700억원으로 44%(6000억원) 증가했다.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전 이익)는 2008년 1300억원에서 2011년 5억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85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디큐브시티 건설투자 규모(8500억원)가 주거부문 분양수익 규모(4700억원)를 크게 웃돌면서 2008년이후 차입금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통사업의 정상화 기간과 영업실적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딧 업계에서 대성산업에 대한 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갖는 것은 그동안 안정적 석유가스 공급업체에서 건설유통업체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말 개장한 디큐브시티(유통사업부문)의 3개월간 매출액은 200억원에 그쳤다. 호텔·백화점의 월매출이 80억원도 채 안 된 것이다. 지난해 사업부문별 수익성(영업이익률 기준)은 석유가스부문과 에너지부문이 각각 2%, 26%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최근 확대하고 있는 건설과 유통부문은 무려 11%, 47% 수준의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SRE 자문위원은 “큰 틀에서 볼 때 일본은 부동산 붕괴 이후 유통업 붕괴가 나타났고, 최근 한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과점체제인 국내 유통업에 대성산업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오너의 유통업 확장전략이 가장 큰 문제로 인근 영등포에도 유명 백화점들이 즐비한 상황에 성공적으로 수익을 낼지 의문”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차입금을 빠르게 감축시키는 게 효과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한신평은 ‘대성산업의 디큐브시티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시나리오별 분석’을 통해 최선의 경우 8700억원의 현금 유입이 기대되지만 최악의 경우 24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건 연구위원은 “디큐브시티의 자산매각가액, 매각시점, 방식 등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며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여부, 예정사업 위주의 PF사업장 구조조정, 백화점 유통사업의 실적 개선 가시화 여부를 중점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올 상반기를 대성산업에 대한 1차적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