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현정 기자
2011.12.12 09:00:00
11월 대기업대출실적 1조원 육박...시중은행중 최고
올초부터 대기업대출 전력...하반기들어 성과 나타나
[이데일리 이현정 송이라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대출을 국민은행(105560)에 뺏긴 것이 가장 아쉽다. 여차하면 주거래 대기업을 다 뺏길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외환은행 위상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086790)회장)
"국민은행이 적극적으로 대기업 대출에 나서면서 은행간 경쟁이 심해졌다. 일단 20위권 대기업이면 앞 뒤 안가리고 서로 대출해주려 하다보니 우리입장도 참 애매해졌다"(산업은행 임원)
전통적으로 소매금융시장에 치중하던 국민은행이 올초부터 대기업대출시장에 눈길을 돌리면서 급기야 11월 한달 대기업 대출실적이 시중은행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금융에 이어 기업금융마저 점차 시장을 잠식하면서 대기업 대출시장을 석권해왔던 우리 ㆍ하나 등 다른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1월 말 현재 16조723억원으로 전월보다 9371억원 급증하며 시중은행 중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7200억원 늘어났으며 신한은행은 215억원에 그쳤고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2702억원, 609억원씩 감소했다. 외환은행도 대출실적이 줄어들었으나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실적은 잔액 기준(11월말 현재)으로 보면 16조723억원으로 아직 하나(19조2395억원)ㆍ우리은행(17조3380억원) 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한(14조6357억원)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크게 앞지른 상태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기업금융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소매금융과 기업금융간 불균형문제는 심각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처방이 필요했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올 초 조직개편에서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대기업금융부를 신설하고 이 분야 전문가인 이찬근 전 골드만삭스증권 한국대표를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은 삼성·현대·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연이어 회동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득영 국민은행 대기업 금융그룹 본부장은 “올초부터 회장이 직접 대기업 고객 유치 현황을 일일이 체크하는 등 공격적으로 기업영업에 나섰다”며 “하반기들어 기업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재계서열 3위인 SK와 약 2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에 성공했고 지난달에는 외환은행의 주거래은행인 현대자동차 그룹으로부터 무역금융 예금 일부와 거액의 퇴직연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한 번 뺏긴 고객을 다시 찾아오는 일은 어렵다”며 “국민은행의 브랜드 가치나 어회장의 넓은 인맥을 고려해보면 대기업 대출분야에서 국민은행의 성장세는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의 한 임원은 “국민은행이 올들어 M&A 이슈로 어수선한 외환은행의 기업고객을 상당부분 잠식한 것으로 안다”며 “반사이익을 넘어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2~3년 정도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