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1.11.22 09:13:2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애플 아이폰4S의 국내 판매가 신통치 않다. 이전 버전과 사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흡입력이 떨어지는 데다 LTE(롱텀 에볼루션)라는 강적을 만났기 때문이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은 이번 주 초부터 아이폰4S를 대리점에 풀기 시작했다. 온라인 예약자(30만여명 추정)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자 서둘러 대리점 판매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예약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개통을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아이폰4S 출시 첫주 400만대가 팔린 글로벌 판매량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볼 필요 없어요. (아이폰4랑) 똑같아요."
아이폰4S의 물량이 풀리기 전 대리점에서 기기를 보여 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이폰4S는 이전 버전인 아이폰4와 겉모양이 같다. 800만 화소 카메라와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것이 하드웨어상 큰 변화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아이폰4S에만 탑재된 음성인식 기능 `시리`는 재밌다는 반응이지만 한국어 버전이 지원되지 않고 음성인식만을 하기 위해 새 제품을 사려는 고객은 많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구나 애플이 지난달 새 운영체제(OS) `iOS5`를 무료 배포하면서 아이폰4S만의 `메리트`가 확 떨어졌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애플 전 기종에 iOS5만 설치하면 아이폰3GS 사용자나 아이폰4 사용자도 아이폰4S와 똑같은 환경에서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메시지, 아이클라우드 등 4S의 핵심 기능이 지원됨은 물론이다. 애플의 자사 제품 대상 오픈 정책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여기에 3G보다 4배 빠른 4G망을 사용하는 LTE 휴대폰이 한달 먼저 나오면서 시장을 빼앗겼다. 통신사들이 지난 9월 말부터 선보인 LTE 제품군은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달 반 만에 5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8일 기준 SK텔레콤(017670)의 `갤럭시S2 LTE`, `레이더4G` 등 LTE폰 5가지 종류의 가입자는 30만명이다. LG유플러스(032640)의 `옵티머스LTE` 등 2가지 종류의 가입자는 20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에 호의적인 고객들은 `아이폰5`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폰5의 정확한 출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부품업체와 애플의 계약 상황을 미뤄볼 때 내년 상반기에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2월 아이폰3GS를 개통한 강모씨(32)는 "이미 iOS5로 업데이트한 뒤 4S의 기능은 다 맛봤다"면서 "2년 약정은 곧 끝나지만 내년에 아이폰5가 나온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려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