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1.10.19 08:10:00
타운용사 매도 시작하면 따라갈 수 밖에 없어
저가매수 기회보다 위험회피에 초점 맞춰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내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변동성이 커지자, 기관 투자가들이 악성 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 투자가들은 셀트리온(068270)에 대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진 지난 14일 하루 동안 193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평균 매도 단가는 4만893원으로 현재 주가 4만14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즉각 "전혀 새로운 사안이 아니고, 주가에도 이미 반영됐다"며 진화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기관 투자자들이 진위 여부 확인보다 손실 축소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소문에 대응하는 기관 투자가들의 모습은 건설주 사례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지난 5일 시장에는 국내 대형 건설사와 관련,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지역 발주 지연 및 취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악성 소문이 돌았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았던 시기라, 악성 소문은 큰 위력을 발휘했다. 결국 GS건설 대림산업 등은 급락했다. 이날 기관은 가장 앞장서 국내 대형 건설사 주식을 처분했다.
기관은 5일 하루 동안 대림산업(000210) 삼성물산(000830) GS건설(00636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현대건설(000720) 등 해외 수주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 주식을 처분해 1963억원을 현금으로 빼갔다. 같은 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물산 GS건설이 상위권에 올랐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또 지난주 유럽 재정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면서, 증시가 안정을 되찾자 건설주 비중을 다시 높였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GS건설 주식 70만주 가까이 매도한 기관은 7일부터 12일까지 48만주 가량을 다시 샀다. 기관은 평균 7만5803원에 GS건설을 팔고 8만6280원으로 다시 사들였다.
더욱이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주 주가는 일주일 만에 악성 루머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점도 기관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한종효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시에는 시장 분위기와 국제유가 급락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공포심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개인 투자가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기관이 악성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근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 분위기상 다른 운용사에서 매도하기 시작하면 우리도 팔 수 밖에 없다"며 "팔고 나서 다시 사더라도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그마한 이슈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자, 기관이 저가 매수 기회보다 위험 회피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