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1.07.30 04:40:33
성장률 `쇼크`..하반기 눈높이도 낮아져
채무협상·유럽위기·고용부진 등 악재 산적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불안 조짐을 보이던 미국경제에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고용과 주택경기가 주춤거리고 심리지표가 약화된데 이어 이번에는 성장률이 쇼크수준으로 발표되면서 미 경제 둔화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악재가 산적하면서 하반기에도 기대치를 낮춰야할 것이라는 점이다.
◇ 소비 `꽁꽁`..성장엔진 멈췄다 ▲ 분기별 GDP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성장 둔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예비치는 쇼크 수준이었다.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비주도의 미국경제의 성장엔진이 멈췄다고 할 수 있다.
2분기중 미국 GDP는 전기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였던 1.8%에 턱없이 못 미쳤다. 경제의 70%를 차지한다는 소비 부진이 컸다. 소비지출은 지난 1분기에 2.1%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0.1% 증가로 크게 둔화됐다. 2009년 2분기 이후 2년만에 최악이었다.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정부 지출도 크게 감소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출이 전기대비 3.4%나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방정부의 지출은 2.2% 증가했지만, 국방부문을 빼면 오히려 7.3% 줄었다. 이 역시 200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었다.
당초 1.9%로 확정됐던 1분기 성장률마저 0.4%라는 저조한 수치로 하향 조정됐다. 회복 기대를 낳았던 1분기 실적도 거품이었다는 방증이다. 결국 상반기 전체로는 0.8% 성장하는데 그쳤다.
BNP파리바의 쟝 바티스트 페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부진하다"며 "고용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장점이던 높은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으며 2차 양적완화 등 부양책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하반기 `눈높이`도 낮아진다
이처럼 상반기 미국경제 성적표가 부진했지만 하반기 회복에 대한 기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GDP가 부진하게 나왔지만, 이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 것일 뿐"이라며 "적어도 하반기에는 지금보다는 나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1, 2분기 GDP에 나타난 상황을 놓고 본다면 하반기 회복에 대한 눈높이는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름값이 하향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고용도 불안하다. 국내외 불확실성도 많다.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채무협상 탓에 정부는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
이런 점을 반영한듯 주요 투자은행들은 2분기 GDP실적을 본 뒤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BNP파리바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1.7%로 낮췄다. 향후 재정정책은 더 쓰기 어려워졌다며 내년 전망치도 3.0%에서 2.4%로 낮췄다. 도이체방크는 "소비지출 회복여부가 관건"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4분기의 경우 4.3%에서 3.0%으로 각각 낮춰 잡았다.
◇ `더 나빠질까`..악재 해소여부 관건
이 쯤에서 하반기 회복 기대 둔화가 나타난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울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미국 채무협상 이슈와 유럽 재정위기 등의 악재가 얼마나 빨리 해소되느냐에 따라 더 나빠질 여지도 있다는 것.
씨티그룹 스티븐 C. 위팅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이 생각보단 덜 줄었지만 재고기여를 제외하고 하면 실제 GDP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더 컸다"며 "자동차 등 소비재 수요가 3분기 내에 회복될 수 있느냐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하반기 성장률 전망을 낮춘 도이체방크의 조셉 라보그나 이코노미스트는 한발 더 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거나 채무협상이 결렬되거나 한다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2~3주일만 채무한도 증액없이 간다면 3분기 성장률은 1.5%포인트나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채무협상은 결국 타결수순으로 갈 것이며 어찌 보면 이는 큰 악재가 아닐 수도 있다"며 "오히려 잠복해있는 유럽 재정위기가 언제, 어떤 강도로 다시 부각되느냐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