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금융]④은행권 `인사태풍` 불어닥친다
by이준기 기자
2011.01.02 07:45:00
4대 지주중 3곳, 6개 시중은행중 3곳 `임기만료`
`12.31 개각` 후속 차관급 인사 연쇄이동 `주목`
이사회 멤버도 대거 교체..`이사회 의장` 촉각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2011 신묘(辛卯)년을 맞은 은행권이 `인사태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올해초부터 3월 주주총회 시즌까지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3곳, 6개 주요 시중은행 중 3곳의 행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 CEO 인사가 통상 개각 및 관료들의 인사와 맞물려왔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12·31 개각`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예상과 달리 경제부처 주요 장관들까지 교체하는 개각이 단행되자 차관급 이하 후속인사 폭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은행권 CEO 인사 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동수 행장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으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들어 행장으로 기용된 경제부처 차관급 인사들이 임기를 채우기 전 모두 장관급으로 영전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고위직들의 인사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산업은행장 겸직)도 올해 3월 주주총회 이전 물러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벌써부터 전·현직 차관급 인사들간 물밑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지주 회장과 산업은행장은 분리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지주 회장은 고위 공무원 출신, 행장직은 민간 또는 내부출신 인사가 나눠 갖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 ▲ 라응찬 전 회장, 이팔성 회장, 김승유 회장(좌측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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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은 연임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현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라응찬 전 회장 후임으로 관과 민에서 두루 경험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고 있다. 후보로는 류시열 회장 대행을 비롯해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강만수 국가경쟁력위원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주로 거론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성공적인 외환은행 인수 등을 감안할 때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지만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임기를 만료한다. 하나금융 `빅3`의 거취가 주목된다.
주요 시중은행장은 `내부 출신` 인사들의 전성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신호탄은 관료를 누르고 창립 50년만에 첫 공채출신 행장에 오른 조준희 기업은행장. 통상 국책은행인 기업은행(024110)의 행장은 차관급 관료가 내려오는 자리로 분류돼 왔다.
이렇게 국책은행 마저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에 오르면서 `내부출신 행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 2001년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간 통합 이후 첫 내부 출신 행장에 이름을 올렸고, 신한은행도 내부 출신의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을 차기 행장에 앉혔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 후임에는 우리금융 윤상구 전무, 우리은행 이순우 수석부행장, 우리금융 김정한 전무,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 이병재 사장 등 내부 출신들이 하마평에 올라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는 올 2~3월 주총에 맞춰 행장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임직원의 정서를 감안해 가급적 내부 출신을 차기 행장에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2003년까지 외환은행에서 국제업무, 해외영업 등을 주로 맡았던 김윤수 뉴욕은행 한국대표, 외환은행 출신으로 현재 하나은행에서 자금시장부문장을 맡고 있는 최종석 부문장, 외환은행의 J, S 부행장이 후보군에 있다.
CEO 선임 등 주요 현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주사 사외이사들도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지주사들은 지난해초 도입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조만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해 새 사외이사 영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이사회의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만큼 누가 차기 의장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KB금융의 경우 최근 사퇴한 강찬수 사외이사를 제외한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교체대상이다. 이들 3명 모두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시절 추대된 만큼 최소 2명은 교체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이미 사추위를 구성해 새 사외이사 후보군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도 사외이사 8명 전원의 임기가 올해 3월 마무리된다. 이중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정행남 이사는 5년의 임기를 채워 교체 대상이다. 신한금융 창업그룹이자 최대주주(17%) 재일교포의 사외이사 수가 현행 4명을 유지할지도 관심이다. `신한금융사태` 이후 재일교포가 신한금융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도 7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올해 3월 임기를 마친다. 매년 최소 5분의 1에 해당하는 사외이사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모범규준에 따라 적어도 2명은 바뀔 전망이다. 이들의 운명은 최대주주인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하나금융도 9명 사외이사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며, 이중 2명의 이사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마다 최소 2명 이상의 사외이사들이 교체되는 만큼 작년 도입된 `모범규준`에 따라 곧 새 사외이사 영입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며 "굻직한 금융권 이슈가 산적하기 때문에 CEO와 맞먹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사회 의장이 누가 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