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일벗은 에쿠스 라인···`7월에 미국 간다`

by김상욱 기자
2010.03.28 09:10:00

현대차 울산 5공장, 에쿠스·제네시스 생산라인 첫 공개
에쿠스, 7월 이후 美 진출 예정..제네시스와 혼류생산
`품질 최우선` 울산5공장, 투싼ix 매월 목표 초과달성

[울산=이데일리 김상욱 기자] 봄을 시샘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25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았다. 이 곳은 하루 6600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 현대차의 주력기지다.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현대차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찾은 곳은 울산5공장.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투싼ix와 현대차의 자존심 에쿠스, 제네시스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처음으로 에쿠스, 제네시스 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울산5공장에서는 고급세단인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혼류생산`하고 있다. 같은 라인에 두 차종이 섞여 있다는 의미다. 실제 컨베이어 벨트위에는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나란히 놓여 이동되고 있었다.

▲ 제네시스 생산라인, 직원들은 차량앞에 붙어있는 사양표지에 맞춰 수출용과 내수용을 구분해 생산한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내수용과 수출용도 같은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었다. 수출용 제네시스는 트렁크에 고유의 심벌대신 현대차의 마크가 붙는다.

한 라인에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그것도 각기 다른 사양을 요구하는 내수와 수출차량을 생산하다 보면 오류가 생길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근속연수가 18년 이상되는 이른바 `달인`들이다. 오차가 있을 수 없다. 차량에 붙어있는 사양표지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조립된다.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현대차를 대표하는 고급세단인 만큼 그에 걸맞는 인력들이 투입돼 있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시간당 생산대수는 13대 가량. 같은 공장 투싼ix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컨베이어 벨트도 상당히 느리게 움직인다. 대신 그만큼 많은 손길이 간다. 각종 단계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들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품질 테스트 역시 다른 차량들에 비해 더 많은 단계를 거친다. `느리더라도 확실한` 제품을 요구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이어 에쿠스도 이르면 7월부터 미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제 미국시장에서도 현대차의 대형 고급세단이 통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정몽구 회장의 자신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투싼ix를 생산하는 라인은 지난 2월부터 특근 횟수를 월 5회로 늘렸다. 주야간 10시간 교대 운영과 월평균 4회에 달하는 특근에도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 울산5공장에서 투싼ix가 생산되는 모습. 이 라인에서는 시간당 37대의 차량이 생산된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작년 상반기만 해도 잔업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작년 9월 투싼ix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싼ix는 출시후 매달 목표대수를 초과하며 지난 2월말까지 총 7만4000여대를 생산했다.



지금은 하루평균 670여대, 월평균 1만5000여대의 투싼ix가 생산된다. 이중 75%는 북미를 비롯한 전세계 지역으로 수출된다. 투싼ix의 수출은 지난해 10월 692대에서 올해 2월 9374대까지 늘어났다.

이날 찾은 생산라인에서도 활기가 느껴졌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라인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투싼라인이 처음 도입된 2004년에 채용된 직원들이라 다른 라인보다는 비교적 연령층이 낮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투싼ix와 묘하게 어울렸다.

공장 곳곳에서는 품질을 강조하는 문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른바 `품질 에코(ECHO)` 캠페인이다.

5공장을 맡고 있는 박대식 상무는 "도요타 사태에서 보듯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각오로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최근 JD파워 내구품질 조사결과 투싼ix가 3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아 직원들도 고무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68년부터 단계적으로 준공된 울산공장은 현대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다. 울산시 북구에 위치한 이 곳에는 500만 평방미터의 부지위에 5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준공후 작년까지 총 2580만대를 생산한 울산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150만대다.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료만 2억4000만원. 연료비는 2억5000만원이다. 2만6000여명의 직원들은 하루에 쌀 70가마니(80kg기준)를 소비한다.

울산공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출 선적부두를 갖추고 있다. 최대 4000대 가량의 차량을 선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이 부두를 통해 연간 100만대의 차량이 수출된다. 공장 관계자는 "매일 다른 배가 끊임없이 들어와 수출차량들을 선적해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울산공장이 특별한 것은 그 규모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글로벌 생산전략의 중추기지로 아산, 전주 등 국내공장은 물론 터키, 인도, 중국, 미국, 체코 등 해외공장을 지원하는 이른바 모(母)공장 역할을 해왔다.

당연히 지역사회에 주는 효과도 크다. 2만6000여명의 직원에 그 가족들까지 대략 9만에서 10만여명이 울산공장의 가족이다. 협력업체 42개사, 2차 협력업체 340개를 감안하면 그 비중은 더 커진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만 171만대의 차량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사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현대차가 이 목표를 달성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바로 137만대를 생산해내야 하는 울산공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