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가열` 금감원 KB금융 고강도 사전검사

by정영효 기자
2009.12.27 08:50:00

3명 3일 실시한다던 검사 6일간 10명이상 투입
12대 PC 압수·운전기사면담 등 종합검사 수준
금융당국 칼날 강정원 회장 내정자 겨냥 `주목`
내년1월 종합검사 앞두고 관치 논란 `방아쇠`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KB금융(105560)지주와 국민은행를 상대로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사전검사를 실시해 말들이 많다. 
 
이번 사전검사와 내년 1월 종합검사가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난 강정원 KB금융 회장 내정자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치금융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이달초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KB금융 회장 선출 일정을 강행, 내정자로 선출된 강 국민은행장이 금융감독당국의 `괘씸죄`에 걸렸다는 관측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27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6~23일 KB금융에 대해 인력, 기간, 검사대상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종합검사에 준하는 고강도 사전검사를 벌였다.

사전검사는 종합검사에 앞서 검사 대상과 방향을 정하기 위해 마련하는 준비단계를 말한다. 통상 3~4일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번 사전검사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매우 강도높게 진행됐다. 당초 금감원은 사흘 동안 3명의 직원을 파견해 사전검사를 벌이겠다고 통보했으나 실제 검사에는 10명 이상이 투입됐고 기간도 6일로 늘어났다. 특히 부서장급 12명의 개인컴퓨터(PC)를 통째로 가져갔다. 

KB금융 임원은 "사전검사라기보다는 검찰 압수수색을 방불케했다"며 "이같은 수준의 사전검사는 처음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금감원 관계자 조차도 "PC를 가져가는 것은 종합검사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전검사에서 강 회장 내정자의 운전기사까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재산 전반까지 점검하는 종합검사에서는 더러 있는 대목이지만 사전검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다.

검사방향에 대한 금감원의 압박도 유무형으로 진행중이다. 금감원은 사전검사를 통해 일부 사외이사들의 비리혐의를 발견했다며 계좌추적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가 검사 표적으로 언급되면서 강 회장 선임 전 KB금융이 사외이사 내규를 변경한 게 점검 대상에 오르게 됐다. 사외이사들의 비리혐의는 지난 2월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벌여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린 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검사 결과는 부당한 행위일 가능성은 있으나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강 회장 선임 과정에서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이 불거진 만큼 이 부분을 다시 조명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 내정자가 국민은행장으로서 결정한 카자흐스탄 BCC(센터크레디트뱅크) 투자도 금감원의 검사 대상에 올랐다. KB금융 관계자는 "인수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을 문제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금융감독당국의 강도높은 사전검사 내용이 드러나면서 관심의 초점은 그 배경이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의 칼 끝이 강 회장 내정자를 겨냥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회장 선출을 연기하라는 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 것에 대한 `괘씸죄`에 걸렸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사전검사의 전례없는 강도에 비춰보면 내년 1월14일~2월10일로 예정된 종합검사도 전방위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이번 검사가 정기적인 종합검사일 뿐 표적검사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사외이사들의 불법이나 부정 혐의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라며 "미리 무엇을 정해두고 하는 표적검사는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