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5.02.08 09:30:23
1등 2번이상… 전국 로또명당 34곳
13개월새 4번 나온 판매소는 관광코스로 개발
2번 당첨 서점은 ‘책보다 로또가 더 많이 팔려’
[조선일보 제공] 설 연휴가 시작되는 7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오관리 ‘천하명당 복권방’. 다섯 평 남짓한 복권방이 귀성객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복권방은 2003년 11월부터 13개월 동안 로또 1등을 네 차례나 배출해 ‘로또 명당’으로 이름난 곳. 어린이 손 잡고 온 부모에서부터 노인들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손님 박영재(51·충남 홍성군)씨는 “새해 아침에 희망을 품고 로또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귀성용 선물로 사가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곳 ‘천하명당’은 지난해부터 관광버스가 들어오는 ‘관광코스’가 됐다. 인근 안면도 관광객뿐 아니라 서해안고속도로를 지나던 자가용 차량까지 홍성인터체인지를 빠져 이곳을 찾는다.
팍팍한 세태에 청량제를 찾으려는 인파가 1등 당첨자를 낸 로또 판매점으로 몰리고 있다. 1등 당첨자를 여러 번 낸 판매점에는 하루 3000명씩 관광객까지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부침을 겪는 곳도 있어 확률 게임의 ‘공평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2년 12월 2일 로또 복권 첫 발행 이후 25개월. 현재 전국 8300여개의 로또 판매점 중 1등 당첨자가 2명 이상(공동 1등 포함) 나온 판매점은 34개소. 한 번 이상(공동 1등 포함)은 450곳이 넘는다.
1등 당첨자가 네 명, 2등 당첨자가 여섯 명 나온 부산 동구 범일동 ‘천하명당’도 문전성시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00여명, 많을 때는 3000명까지 온다는 것. 주인 권광택(39)씨는 “그 비결이 ‘손님 복’ 때문”이라며 “행색이 남루한 손님도 겸손한 마음으로 대해 그분 복이 다른 손님들한테 나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로또 명당’은 시내 중심가인 남구 달동 삼성아파트 앞 ‘영화유통복권방’으로 ‘울산지역 최초 2회 1등 당첨 복권방’이란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평일 500여명, 추첨일이 임박한 금, 토요일에는 1000명 이상이 찾는다. ‘로또 명당’에도 전조(前兆)는 있다고 판매점 주인들은 말한다. 1등을 네 번 낸 홍성군 ‘천하명당 복권방’ 주인 박성민(58)씨는 “우리 가게에서 1등이 나올 때마다 수도관이 터지고 막혔던 하수구가 뚫리는 등 ‘물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1등을 두 번 낸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빛서점 주인 이인우(50)씨는 “아내가 높은 사람을 만나거나, 주변에 불이 났는데 우리집만 멀쩡한 꿈을 꾸고 나면 보름쯤 뒤에 1등이 나왔다”며 “책보다 로또가 더 많이 팔린다”고 했다. 하지만 부침(浮沈)현상도 보인다. 작년 8월 1등 당첨자를 낸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주택가의 한 수퍼마켓. 당첨 직후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손님이 몰렸으나, 최근에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003년 4월 로또사상 최고액인 407억원의 당첨금이 터져 한때 ‘원정구매객’이 몰렸던 춘천시 중앙로의 한 판매점도 매출이 당첨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복권판매도 경기를 탄다는 판매점 주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로또 명당 판매점’도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2003년 9월 1등 당첨자를 냈던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북리 기아유통논공점 주인 심정섭(40)씨는 그동안의 당첨번호를 모아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판매점이 1등 당첨자들로부터 사례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1등을 두 번, 2등을 한 번 터뜨린 전주시 덕진구 금암1동 ‘팡팡복권마트’ 주인 임병문(53)씨는 “1·2등은 없지만 매주 나오는 3등 당첨자 중에서는 박카스 상자 들고 와 ‘고맙다’는 분들이 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