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16일)..실적우려 속 시장은 "표류중"

by이의철 기자
2002.09.17 06:17:52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기술주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체를 지배한 하루였다.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다시 경신하며 기술주들의 실적이 우려스런 수준임을 재확인했다. 프루덴셜증권의 기술적 분석가인 랄프 아캄포라는 "이날 증시의 큰 관심사 중에 하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움직임이었다"며 "투자자들은 기술주들의 실적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량은 여전히 극도로 빈약해 투자자들은 여전히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거래량이 부진했던 이유중의 하나는 이날의 욤 키퍼 데이(유대인 휴일)였다는 점도 작용했다.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월가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휴일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트레이더들이 시장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라크와의 전쟁은 시장에 잠복해 있는 여러 불안감중의 하나다.이미 전쟁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경우 유가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단기적인 충격은 피할 수 없다. 이날 보잉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하니웰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방산주들이 선전하며 다우지수를 견인한 것도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이와관련 백악관 경제수석 로렌스 린지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라크와의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 GDP의 1%에서 2%가 소요될 것이며 따라서 전쟁비용은 10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린지는 그러나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다시 리세션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무기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이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기반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쟁특수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적은 거래량에서 알수 있듯 시장의 분위기는 관망세였다.푸르덴셜증권의 분석가인 브라이언 피츠코로스키는 "경제회복 여부는 불투명하고 기업이익과 회계스캔들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있으며 이라크와의 전운도 감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들은 솔직히 강세장의 요소들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분명 시장은 특별히 상승할만한 요인을 못찾고 있다.더구나 9월은 전통적으로 수익률이 연중 가장 저조한 달이다. 향후 시장의 전망과 관련해선 비관과 낙관이 교차한다.비관론의 요체는 미 경제가 "더블딥"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진 않는다 하더라도 시장이 상승모멘텀을 갖기는 힘들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RBC데인로셔의 투자부장 밥 디키는 "미국경제의 확연한 회복세나 기업이익의 뚜렷한 증가세가 확인되기 이전까지 시장은 시소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한다. 밥 디키는 "현재의 시장은 강세장이나 약세장의 방향성을 갖는다기 보다는 보다 중립적인 장"이라며 "이런 장세가 향후 1-2개월 정도 지속될 것이며 이는 나름의 바닥다지기과정"이라고 밝혔다. 디키는 "그러나 이같은 장은 투자자들의 수익률 관점에선 아주 실망스러운 장"이라며 "투자자들은 시소장세의 와중에서 고점에 매도할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술적분석가인 S&P 마켓스코프의 마크 아베터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특히 차트상으로 시장의 움직임이 좋지 않다고 밝힌다. 아베터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기술주와 텔레콤주들의 차트만 나쁜 것이 아니라 S&P500에 속해있는 대형기업들중 상당수 기업들의 차트 모양이 좋지 않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아베터는 이들 대형기업들의 차트가 호전되지 않는 한 시장의 하락추세는 좀 더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아베터가 지적하는 또 한가지 문제는 거래량이다.아베터는 "통상 강세장은 대량 거래를 수반하지만 약세장은 빈약한 거래량으로 질질 끈다"며 현재 시장의 거래량이 빈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은 20거래일 연속 평균 거래량을 하회하고 있다. 쉴즈&CO의 프랭크 그레츠는 비관론에 동조한다.프랭크 그레츠는 "시장에 주도주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최근의 주도주는 방위산업주와 금 관련주이지만 이를 제외한 시장의 나머지 파트에선 주도주가 무엇인지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레츠는 "현재의 주식시장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움직인다기 보다는 표류하고 있다"며 "상승 모멘텀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우려"라고 밝혔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우여곡절을 겪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회복되고 있으며 곧 가시화될 것이란 점을 지적한다. 사실 최근 프리어닝 시즌을 맞아 기업들의 실적경고는 지난 2분기때보다 많다.게다가 경기회복을 가르키는 각종 지표는 여전히 일관된 방향성 없이 "하루는 좋게 나왔다가 다음 날은 나쁘게 나오는" 식의 혼란스런 모습이다. 예를들어 지난주의 경우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 등 고용지표가 상당히 불안했다.그러나 그 전주의 실업률은 긍정적으로 집계됐다. UBS워버그의 이코노미스트인 마우리 해리스는 "주식시장은 물론 고용시장도 다소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추세는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소비자들의 소비추세를 판단하는 데 아주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다"며 낮은 이자율,집값 상승,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의 증가 등을 꼽았다. 해리스는 특히 "주식시장에서의 버블이 주택시장의 버블로 옮겨붙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전략가인 바톤 빅스도 이에 동조한다.바톤 빅스는 "3분기에 미국경제의 성장은 잠시 정체되는 분위기였으나 이같은 정체현상은 거의 끝나간다"며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미국경제는 놀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톤 빅스는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여전히 빈약한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기업이익과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이 급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