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네파' 경쟁사에 넘어가나…핵심자산 담보 내준 MBK

by이건엄 기자
2025.04.15 04:04:29

네파, K2로부터 1800억 차입…인수금융 차환 목적
담보에 주식·상표권·임차보증금 등 핵심자산 다수 포함
재무약정 사항 이행 쉽지 않을 듯…통제권 상실 우려
일각서 매각 공감대 형성 후 차입거래 진행 해석도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아웃도어 업체 네파가 경쟁사인 K2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대해 주식은 물론 상표권과 같은 핵심 자산을 담보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약정사항 미이행 시 네파 브랜드 통제권과 실질적 경영지배권이 K2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을 고려한 차입 거래라는 분석이다. 네파의 실적 악화로 매년 영업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만큼 MBK파트너스가 빠른 시일 내에 엑시트(자금회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네파)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네파 인수 당시 일으켰던 1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갚기 위해 K2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핵심 자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앞서 K2는 지난 2023년 MBK파트너스의 네파 인수금융 차환에 18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해당 담보에는 보통주 115만523주와 자사주 33만6285주 등 주식 148만6808주(88.7%)는 물론 상표권, 임대차 보증금, 화재보험 청구권 등 주요 자산 등이 포함돼 있다. 상표권은 기업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서 식별하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지식재산권이다.

특히 아웃도어 업계처럼 소비자와의 접점이 중요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산업에서는 상표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상표권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실질적 자산으로 기능한다.

상표권과 임대차 보증금은 아웃도어 브랜드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경쟁사에 넘어갈 경우 브랜드 운영에 대한 전략적 개입이 가능하다. 즉 네파가 해당 차입금을 갚지 못하거나 약정사항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K2에 브랜드 통제권과 경영권을 모두 넘겨야 되는 셈이다. K2는 해당 차입금의 약정사항으로 매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50억원 이상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에서 매출을 나눈 것으로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문제는 네파가 브랜드 경쟁력 악화와 아웃도어시장 침체 여파로 해당 차입금 약정조건 이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네파는 지난해만 보더라도 약정사항인 EBITDA 250억원을 지키지 못했다. 네파의 지난해 EBITDA는 145억원으로 전년 280억원 대비 48.2% 급감했다. 같은 기간 EBITDA마진율도 8.9%에서 4.9%로 4%포인트(p) 하락했다.

네파는 MBK파트너스 인수 시점인 2013년만 하더라도 한해 1052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였다. 하지만 인수 이후 네파는 아웃도어 시장 경쟁 심화와 소비 침체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둔화했고 지난해에는 10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BK파트너스가 K2에 네파를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네파 엑시트에 차질을 빚은 MBK파트너스가 K2와 M&A에 대한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핵심 자산을 담보로 건 차입거래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네파의 영업권은 매년 손상이 반영되며 현재 1000억원대까지 줄어든 상태다. 네파의 영업권은 지난해 말 기준 1637억원으로 전년 1782억원 대비 8.1% 감소했다. 영업권 원가가 4198억원인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손상된 셈이다.

영업권이 기업 매각 시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2와의 차입 거래가 사실상 네파에 대한 ‘매각 작업’ 성격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여기에 네파가 지난해 재무적 요구사항을 준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K2가 상환 시점 연장은 물론 약정사항 적용 배제, 금리 인하 등 MBK파트너스의 편의를 봐줬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 K2를 비롯한 대주단은 지난 2월 네파에 대한 차입금 상환 시점을 48개월로 연장하고 금리를 기존 9.5%에서 7.5%로 2%p 인하했다. 또 EBITDA 250억원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재무적 준수사항에 대해서는 2024년 회계 기간에 한해 적용 배제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에 자금을 차입하는 구조 자체가 이례적인 부분”이라며 “특히 주식과 상표권 등 경영 및 영업활동과 직결되는 자산이 담보에 포함돼 있다면 사실상 차입금을 매개로 M&A를 진행했다고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네파와 K2 측은 차입금 담보와 M&A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네파 관계자는 “K2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1~2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등하는 등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약정사항 준수에 힘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5000억원 가량은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