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상승세 판단 일러..전반적 궤도 바뀌지 않아"
by김상윤 기자
2024.04.04 04:07:51
“2% 목표치 향해 하락세 확신들어야”
애틀랜타 연은 총재 “4분기 중 금리인하”
연준내 '피벗' 논의 치열하게 전개중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일(현지시간) 최근 물가상승은 전반적인 궤도를 바꾸지 않았다면서 금리 인하 나서기 전에 인플레이션 하락의 명확한 신호를 기다릴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거나 인하폭이 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일부 달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 모두발언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최근 수치가 단순한 상승(bump)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하지만 최근 데이터는 견조한 성장, 강하지만 균형을 되찾고 있는 고용시장, 때로는 울퉁불퉁한 경로를 따라 2%로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전반적인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견조한 경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들어오는 데이터를 통해 정책 결정을 내릴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한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당시 파월은 최근 1~2월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커진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지난 2개월간 인플레이션 하락이 ‘울퉁불퉁(bumpy)’한 것을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인플레이션 하락 궤도가 정체되거나 반전됐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한 뒤 금리인하에 나설지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월가에서는 연준이 금리인하 시기를 늦추고 인하폭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8%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마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날 매파성 발언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기존 발언을 고수하면서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이날 오전 4.4%를 웃돌던 10년물 국채금리는 파월 발언 이후 상승폭을 주링고 4.3%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내셔널 뮤추얼 인슈어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트얀치치는 “파월은 올해 초 인플레이션 상승이 새로운 추세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둘기파’로 보인다”며 “그의 발언은 6월 금리 인하가 테이블 위에 있지만 앞으로 물가 지표가 완화되는 것을 봐야 한다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진단했다.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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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올해 FOMC 투표 위원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매의 발톱’을 과감하게드러냈다. 그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더딘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이유로 금리 인하가 4분기(9~12월) 중에 이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스틱 총재는 지난해까지 비둘기파로 분류됐지만, 최근 가장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돌변했다.
그는 강력한 생산성, 공급망 회복, 탄력적인 노동 시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플레이션이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느리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완만하게 하락하면 올해 말, 즉 4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에서 금리인하 시기 및 인하 범위와 관련해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