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2.05 05:00:00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의원 세비 인하 제안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 위원장은 최근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니 그에 걸맞은 상징적 수준의 봉급을 받는다는 의미로 그렇게 해보자는 제안이다. 그러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일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고위 공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고 맞받았다.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다른 공무원들의 급여 삭감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세비 인하 제안은 올해 1억 57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의원 세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배경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5%는 세비 삭감을 지지했다. 대다수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정쟁이나 일삼고 의정활동은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고액 연봉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최근 83만여 영세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호소를 끝까지 뿌리치며 민생을 외면한 점을 감안하면 세비 삭감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셀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봉 배율이 일본·이탈리아와 함께 5배대로 미국의 3배대, 영국·독일·프랑스의 2배대보다 월등히 높다. 게다가 보좌관 인건비와 정책 개발비 등으로 연간 7억원가량이 더 지원된다.
한 위원장이 세비 인하의 운을 떼기는 했지만 아직은 당론이 아니며 관련 논의가 여야 간에 시작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올해 4인가구 중위소득이 연간 6876만원이니 그의 제안대로라면 세비에서 8824만원(56%)을 깎아야 한다. 이는 대폭 삭감이겠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결코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말이 나온 김에 국민의힘도 세비 인하의 구체적 실시 방안을 가다듬어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하면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내세운 정치개혁 어젠다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 역시 국민 여론을 존중해 세비 인하의 공약화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 바란다. 여야의 세비 인하 다짐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걷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