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이스 지속성장 위해 "총괄법 제정하고 ESG 기회 삼아야" [MICE]

by이선우 기자
2023.12.01 00:20:00

'전시산업전·마이스 엑스포·마이스인쇼' 릴레이 개최
전문가들 산업영역, 타깃시장 재정립 강조
관련 육성법 전시·국제회의 산업에만 국한
이벤트 분야 6만여 사업체 사각지대 놓여
인구감소 대비 활동무대 해외로 확장해야
ESG는 규제 아닌 기회 "활용 방안 찾아야"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산업의 범위와 개념, 타깃(목표) 시장을 재설정하고, 인구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를 기회로 삼아라.”

최근 릴레이 개최된 ‘대한민국 전시산업전’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 ‘마이스인(人)쇼’ 행사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K마이스의 성장 해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스템(정책·제도)과 성과에 만족하는 고인 물이 되지 말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대양(大洋)을 향해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관련 정책 재정비, 업계의 비즈니스 전략과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내외 인구변화와 환경·기후변화 이슈를 위기나 규제가 아닌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데일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기에 접어든 K마이스의 재도약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서울과 인천에서 열린 3개 행사의 현장을 취재했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등 전시업계가 주최한 전시산업전은 지난달 15일과 16일 대치동 세텍(SETEC) 전시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마이스협회와 인천관광공사가 주관한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는 16일과 17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한국PCO협회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후원을 받아 올해 첫 선을 보인 마이스인쇼는 23일과 24일 양일간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기업회의와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4개 마이스 분야와 사각지대에 놓인 이벤트를 아우르는 ‘총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지자체 관련 정책 개발과 시행의 근간이 되는 육성법이 전시와 국제회의(컨벤션)에만 국한돼 있어 전체 산업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부속 시행령만 개정하는 소극적 방식으로는 마이스의 산업적 가치와 가능성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재추진하는 서비스산업 발전법에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인 마이스가 언급조차 되지 않는 건 관련 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

신현대 한국마이스협회장은 “민간 주도의 기업회의, 포상관광, 이벤트도 엄연한 마이스의 한 분야이자 고유한 시장”이라며 “국내는 국제회의에만 국한된 반쪽 육성법에 발이 묶여 제대로 된 통계는 물론 정확한 산업 규모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전시회사 알엑스(RX)코리아 손주범 대표는 “국내 전시업계 전체 매출(약 2000억원)을 합쳐도 일본 RX재팬 한 개 회사(약 3000억원)의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국가 경제 규모에 걸맞는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업계 스스로 타깃 시장과 고객을 넓히는 ‘확장 전략’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손 대표는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는 행사의 지향점을 ‘글로벌 혁신의 장’으로 과감히 바꾸면서 기능과 가치가 올라갔지만, 한때 자웅을 겨루던 독일 하노버 세빗(CeBIT)은 글로벌 톱 IT(정보기술) 박람회 타이틀에 만족하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철도가 후발 주자인 항공에 의해 교통·물류 산업으로 진화하고 영화가 TV의 등장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커진 것처럼 기술 발전 단계에 맞춰 활동 영역과 타킷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CeBIT은 규모가 킨텍스 1·2전시장의 4.5배(45만㎡)에 달하는 글로벌 메가 이벤트였다”며 “CeBIT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주 고객인 출품기업과 바이어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하라는 제안도 나왔다. 국내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상황, 앞으로 국내외 시장을 주도할 미래 세대의 성향과 특성을 고려해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혀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정책연구센터장)는 인구변화에 따른 마이스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구변화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정해진 미래’”라며 “인구감소를 산업의 위기로 보지 말고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이스 업계가 주목해야 할 세대로 젠지(Z)(1997~2010년 사이 출생)와 알파(2010년 이후 출생) 등 ‘젤파세대’를 꼽았다. 국내는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로 2030년 이후 젤파세대 비중이 작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 주도 세력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젤파는 태생적으로 글로벌화되고 이미지와 영상,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등에 익숙한 디지털 온리(Only) 세대”라며 “원래 활동성이 강한 성향인 데다 기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국경 문턱도 낮아져 마이스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 최대 화두인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ESG)에 대해선 사용자 외에 공급자 입장에서 브랜드화 전략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그래야만 도시·국가 간 이동과 이벤트적 요소가 강한 마이스가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라는 인식을 줄이면서 지속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행사에서 종이사용 줄이기, 재활용품 등 친환경 자재 사용 등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참여 기관과 기업의 사회·환경적 기여도를 높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ESG 프로그램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 교수는 “ESG를 규제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기회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재 각종 행사 내 ESG 활동, 프로그램과 관련해 일정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인 만큼 한국이 다양한 검증 과정을 통해 마이스 분야에서 ESG 세계 표준을 개발할 기회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