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종 임금차별 제로' 코닝, 유리천장 없애기 반백년
by김상윤 기자
2023.10.16 05:00:00
[만났습니다]코닝 최고다양성책임자(CDO) 다나 모스
"다양한 배경과 경험, 사고 다양성 키워..혁신 이어져"
유급직원 유지율 93.6%…여성 임원 비율 4분의1 이상
"역차별 아냐..전직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 제공"
[코닝(뉴욕주)=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내 성별, 인종 모두 100% 임금형평성 달성, 전 세계 유급직원 유지율 93.6%, 여성 임원 비율 4분의 1 이상.’
갤럭시, 아이폰 등 스마트폰 액정용 강화 유리 ‘고릴라 글라스’로 잘 알려진 코닝의 눈부신 성과들이다. 지난 9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서 “삼성과 코닝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며 코닝의 기술력을 추켜세웠는데, 코닝 혁신의 배경엔 독특한 인재경영방식이 있다. 바로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든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하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이니셔티브다.
DE&I는 성별과 인종과 무관하게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일한 경력개발과 승진기회를 얻도록 공평한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긍정적인 직장 경험을 보장하는 전략이다. 코닝은 1960년대부터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을 채용하고, 그들의 배경을 이해하며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회사가 성공하는 핵심 열쇠라고 판단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코닝은 여성들이 핵심 직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여성 임원의 비율은 4분의1에 달한다.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겨우 5% 수준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미국 내 소수인종도 백인과 똑같이 임금을 받고 있다.
최근 뉴욕주 코닝시에 있는 코닝 본사에서 최고다양성책임자(CDO)인 다나 모스를 만나 DE&I가 성공적으로 회사 문화로 안착한 비결과 성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은 사고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이어진다”며 “DE&I는 단순히 좋은 게 아니라 회사의 발전에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 코닝의 최고다양성책임자(CDO) 다나 모스 (사진=김상윤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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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코닝은 1960년대 후반 당시 미국의 (여성과 소수민족 차별 금지 등 ) 사회적 분위기와 규제 등을 고려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사내 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성이나 인종 등 차별 없이) 다양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고 가치를 인정받고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다. 모든 직원과 리더, 심지어 커뮤니티까지도 직관적인 DE&I를 적용하려고 했다. 직관적이라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굳이 DE&I 방식을 상기시킬 필요없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DE&I 내재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가치가) 좋은 게 아니라 회사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매년 가을 코닝은 모든 직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회사 문화와 업무 환경 전반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와 의견을 받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는 DE&I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결과를 추적해보면 직원들의 소속감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DE&I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흔히 투자를 떠올리면 금전적인 것을 떠오르지만 우리는 회사 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위한 투자를 하고있는 것이다.
우선 미국 내 유급직원 성별 임금 형평성 100%를 달성했다. 소수인종도 마찬가지다.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1년에도 수차례 수치를 공개하는 철저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점들이 반영돼 전통적으로 코닝의 이직률은 매우 낮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제외한 전세계 유급직원 유지율은 93.6%다.
△우선 리더십의 다양성이다. 코닝에는 240여명의 리더로 구성된 회사 경영진 그룹(Corporate Management Group, CMG)이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여성과 소수인종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여성 리더가 차지하는 비율은 4분의 1 정도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성 다양성이 큰 기업이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낼 확률이 경쟁 기업에 비해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하고 뛰어난 다양한 인재를 발굴할 때도 마찬가지다. 성별, 인종, 군복무여부, 종교 등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기술과 재능에 가장 먼저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인턴 중 35%는 여성이었고, 60%는 여성 및 유색인종이었다.
마지막은 모든 직원이 코닝에서 존중받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DE&I가 적용될 수 있도록 최근 몇년간 ‘DE&I 커리큘럼’이라고 부르는 교육시스템을 강화했다. 무의식적인 편견을 줄이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사무직뿐만 아니라 생산직, 경영진까지 회사 내 모든 직원이 수강하도록 했다.
직원들의 네트워킹 커뮤니티인 ERG(Employee Resource Groups) 활성화도 있다. 장애인을 위한 ERG에는 비장애인이 참석할 수 있고, 여성인력을 지원하는 ERG에도 남성이 참여할 수 있다.
△제가 본 가장 큰 변화는 DE&I에 대한 직원들의 광범위한 참여다. 과거에는 DE&I가 단순히 인사팀에서 담당하는 업무 정도로 간주했다. 이제는 많은 리더들이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을 널리 전파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조직에서도 다양성 협의회 또는 위원회가 생겼다. 인사팀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군이 참여한다. 각각의 업무 영역에서 개선할 문화가 무엇인지, 회사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특히 DE&I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제가 정말 기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차세대 여성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주니어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시니어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한 코칭과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사업장에는 최근 도입한 ‘라이징 투게더’(Rising Togeth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경영진 그룹 리더들로부터 일대일 멘토링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사업장을 총괄하고 있는 남성 리더들이 주도해 만들어진 것이다.
아시아 전역의 코닝 여성들을 위한 네트워크 포럼도 있다. 작년에는 호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대만에서 1200명 이상이 직원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전 세계 코닝 직원의 38%가 여성이고, 총괄 관리자로서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여성의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과거 남성들의 유물이었던) 공장장의 여성 비율도 높아졌고, 엔지니어링에서 책임자를 맡는 여성도 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더 나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왜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심어야 하는지 직원들을 이해시키고 소통하고 교육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성별이나 인종 등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다른 기업과 성과가 더 좋다는 게 데이터로 나오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은 사고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고 혁신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역차별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모든 직원이 성공할 수 있도록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 있는 코닝 본사 (사진=김상윤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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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코닝에 입사한 이후 23년간 일하면서 마켓애널리스트,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HR디렉터 등을 거쳤고 현재 최고다양성책임자(CDO)를 맡고 있다.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에서 MBA석사, 코넬대 ILR 스쿨(노사관계대학원)에서 인적자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