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10 05:00:00
이달 말로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시한을 다시 연장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가 고심 중이라고 한다. 연장하자니 부족한 세수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내자니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들어선 소비자물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4회 연장 시행 중이다. 인하 폭은 처음에는 유종 구분 없이 20%였으나 현재는 휘발유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37%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한 세수 감소액은 지난해에만 5조 5000억원으로 전체 세금 징수액(396조원)의 1.4%나 됐다. 재정 운영에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세금이 잘 걷혀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올해는 세금이 잘 안 걷혀 상반기에만 세금 징수액이 전년 대비 40조원이나 줄어들었다. 1~5월 누계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52조 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재정 형편이 크게 나빠진 상황인데 유류세 인하 조치까지 연장할 경우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뛰기 시작한 국제유가 상황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이미 한 차례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결정했던 지난 4월 수준을 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휴가철이 겹치면서 국내 기름값도 크게 올랐다. 서울의 경우 휘발윳 값이 ℓ당 2000원을 넘는 곳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산과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기조 유지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 6~7월 두달 연속 2%대를 보인 것은 석유류값 하락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기름값이 다시 가파르게 뛰고 있어 향후 소비자물가가 재상승할 위험은 다분하다. 극심한 경기 부진의 장기화로 서민의 생활고도 가중되고 있다. 서민 생활과 직결된 기름값에 대한 세금 혜택을 끊으면 정부·여당은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더해 서민증세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세수 부족의 어려움이 있지만 물가와 민생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