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끝났는데…재정지출 이번엔 어떻게 줄이나

by공지유 기자
2023.02.23 04:00:00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내년도 지출한도를 정하기 위한 심의에 착수했다. 기재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내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낮추려 하지만, 지출을 크게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 부양’용 정부 지출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관가에 따르면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지난 14일부터 중기예산심의에 들어갔다. 향후 5년간 예산 투자방향과 예산규모 등을 결정하는 중기예산심의는 통상 2~ 3월 진행된다.

이후 기재부는 각 정부 부처로부터 의견 수렴을 거쳐 5월 전까지 각 부처에 올해 대비 내년도 예산안 증가율· 지출한도 등을 통보하게 된다. 각 부처에서는 예산편성 지침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짜 5월 말까지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해 기재부는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2017년(3.7%)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로 설정하면서 “내년 예산안이 올해 예산을 넘어선 안 된다”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 집행률이 낮거나 유사·중복된 사업을 정비하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24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다른 사용처에 재분배했다. 통상적으로 매년 10조원 안팎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걸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확장재정으로 국가채무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현 정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도 올해 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068조원으로 400조원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113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출을 더 줄이기가 쉽지 않아 재정당국의 고민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큰 규모로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했기에 이번에 비슷한 수준으로 지출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늘어났다가 종료된 사업이 없어 지출 구조조정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적 지급 의무가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매년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예산 중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53.5%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54.0% 수준으로 더 올라설 전망이다. 정부가 손댈 수 있는 내년 재량지출은 308조원인데, 이 가운데 인건비·국방비 등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조~130조원에 불과하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부양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점도 정부 지출을 줄이기 힘든 배경이 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면서‘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는 경기 회복세를 활성화하기 위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지출을 늘리고 싶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재정으로 경기 부진을 떠받치는 건 실효성이 크지 않은 만큼, 적어도 올해 수준의 긴축 기조를 가져가고 총지출 증가율도 4%대 중후반에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