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수입단가 겨울 앞두고 급등…전기·가스료 인상 압력↑

by김형욱 기자
2022.10.21 04:00:00

9월 t당 1465달러…1년 새 2.6배 '껑충'
유럽발 수급대란에 추가 상승 가능성도
"원가 상승분 요금 추가 반영 외 대책無"

[이데일리 김형욱 경계영 기자] 발전·난방 핵심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가 겨울철을 앞두고 급등하고 있다. 전기·가스료 인상 압력도 올 겨울을 지나며 더 커질 전망이다.

20일 양이원영 의원실이 제공한 한국가스공사(036460) 월별 LNG 도입 단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가스공사의 9월 LNG 도입단가는 1톤(t)당 1465.16달러(약 209만6000원)를 기록했다. 8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198.82달러/t)를 한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1년 전 571.06달러/t와 비교하면 2.6배 높은 수치다.

LNG 국내 도입의 80%를 맡은 가스공사 실질 부담은 이보다 더 크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가스 수요가 4534만t이었다는 걸 고려했을 때 9월 수준의 수입 단가가 이어진다면 1년 가스 수입에만 664억달러(94조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올 9월 국내 가스 수입액은 67억5800만달러(약 9조7000억원)로 지난해보다 2.7배 늘었다.

문제는 10월 이후 LNG 수입단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달 초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동북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지난 18일 기준 1MMbtu(열량단위)당 28.654달러를 기록했다. 70달러대를 넘어섰던 지난 8~9월보다는 낮아졌지만 10달러를 밑돌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3배 이상 높다. 유럽 주요국이 겨울철 수급 대란 와중에 또다시 가스 ‘사재기’에 나서 국제시세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보내는 가스관 노드 스트림. 가스프롬은 이달 초 정기점검을 이유로 이곳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AFP)
비싸다고 겨울철 현물 시장에서의 LNG 도입 물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최악의 경우 LNG 수급이 부족해지는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국내 가스 수급 차질을 우려해 올 11월까지 국내 저장시설의 90% 이상을 채워놓기로 했다. 수급 대란에 대비해 국내 LNG 도입량의 약 20%를 밑은 민간 LNG 직수입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 가능성까지 예고해 둔 상황이다.

전체 LNG 수입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장기도입 가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장기도입 가격을 결정하는 국제유가가 9월 말 배럴당 8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뉴욕상업거래소 1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90.5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기·가스료 추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가스공사가 정부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 억제로 받지 못한 미수금이 연말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가스공사가 올 8월 전망한 8조7700억원을 1조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인 14조3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015760) 역시 하반기에도 상반기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증권사는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0월 전기·가스료를 약 11% 올렸으나 2~3배 가량 오른 원가 부담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최악의 에너지 위기이고 현 시점에선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론 전기·가스료에 원가 상승분을 추가 반영하고 이를 통해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에는 대응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 역시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비전을 생각해 중·장기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시민이 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