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푸틴 전범 재판 세워야"…민간 대학살에 세계가 경악(종합)
by김정남 기자
2022.04.05 03:25:11
부차 지역 민간인 대학살 의혹, 세계 경악
바이든 맹비난 "전범 푸틴, 재판 회부해야"
미, 러 전쟁 범죄 가능성 관련자료 조사중
EU, 우크라와 조사팀 설치…"처벌 받아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푸틴을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민간인 대학살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주요 인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전범 재판에 세우기 위한 정보 수집에 본격 착수했다. 푸틴 대통령을 국제법에 따라 실제 재판에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처형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을 무더기로 발견한데 대해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모든 구체적인 사항들을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칭하면서 “푸틴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푸틴 대통령을 처음 전범으로 규정한 데 이어 ‘살인 독재자’ ‘도살자’ ‘폭력배’ 등으로 부르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가 촬영·공개한 위성사진에서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의 대형 교회 앞마당에 집단 매장터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발견됐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두고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BS와 인터뷰에서 “집단 학살”이라며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부차 지역 민간인 시신 발견과 관련해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를 자료로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기관에서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공동 조사팀을 설치했다”며 “EU는 우크라이나 검찰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조사팀을 파견해 이런 노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부차 지역을 비롯해 러시아군이 최근 떠난 다른 지역들에서 폭로된 끔찍한 살인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범인들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부차와 다른 지역에서 나온 보고들은 전쟁 범죄의 가능성, 국제 인권법의 심각한 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이날 부차 민간인 대학살 의혹에 대한 첫 대응으로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4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외무장관은 “연방정부는 우리의 자유와 사회의 화합에 반해 매일 일해 왔던 러시아 대사관 구성원 상당수를 외교상 기피 인물로 선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언급이 이어짐에 따라 개인의 전쟁 범죄 문제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국가간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차원의 전범 재판 절차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ICC는 집단 학살, 반인도적 범죄, 침략 범죄,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 2002년 설립한 첫 상설 국제재판소다. 우크라이나가 2013년 말 ICC의 관할권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을 재판에 세우는 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그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ICC의 요구에 푸틴 대통령이 응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ICJ의 경우 더 험난하다. 러시아를 유죄로 판결하더라도 그 집행은 유엔 안보리가 맡는다는 점에서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다. 러시아가 거부하면 통과가 불가능하다.
정작 러시아는 전쟁 범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러시아를 비방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