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접근성 높여라…코스피 연이은 주식 쪼개기

by김윤지 기자
2022.03.14 05:05:00

올해 들어 8개 코스피 액면분할
시장 침체에 거래 줄자 ‘부양 카드’
삼전·NAVER는 액분 후 고전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연달아 주식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 액면분할 자체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주당 가격을 낮춰 소액 주주 접근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대금 감소 등 시장이 가뜩이나 침체된 데다 실적에서도 탄탄한 기업도 일부 포함해 투자자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과거 삼성전자나 네이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액면분할이 언제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분할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8곳, 코스닥 1곳으로 총 9곳에 달한다. 신영와코루(005800) DI동일(001530), F&F(383220), 아세아시멘트(183190) 한미반도체(042700), 광주신세계(037710),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신세계(004170)I&C 등이다.

지난해 주식 액면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총 21곳(철회 제외)으로, 코스피 상장사는 11곳이었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보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액면분할의 주된 목적은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코스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쪼개기’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판단한 데 있다. 연초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예고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이어지며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거래대금도 대폭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합친 지난달 평균 일 거래대금은 18조66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기록한 32조3770억원과 비교하면 42% 넘게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14조1770억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를 상회해 거래량이 작은 DI동일의 액면분할 결정에 대해 “소액 주주들의 요구에 마음을 열었다”면서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 대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통상 액면분할은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단기 호재로 작용한다. 거래 수요를 높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일 액면분할 결정을 공시한 신영와코루는 당일 5.58% 상승 마감하는 등 주가 강세를 보여줬다.

상장 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 경우도 적지 않다. 카카오(035720)는 지난해 4월 기존 주가의 5분의 1로 신주 상장을 진행했고, 거래 재개일 주가는 7.59% 상승했다. 거래량 역시 직전 거래일 대비 20배 넘게 늘어났다. 재상장 석달 후 카카오 주가는 42.41% 상승했다. 2018년 5월 액면분할을 진행한 휠라홀딩스(081660) 주가도 재상장 3개월 후 2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주당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매수뿐 아니라 매도 접근성도 높인다.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NAVER(035420))는 액면분할 후 고전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8년 5월 삼성전자는 기존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해 주당 가격이 기존 265만원에서 5만3000원으로 바뀌었다. 가격 상승이 기대됐지만, 오히려 2% 넘게 하락했다. 3개월 후에는 14% 가까이 떨어졌다. 액면분할 이전 주가 수준을 되찾은 건 2019년 11월이다.

네이버 또한 2018년 10월 5대1 액면분할 후 거래량은 대폭 확대됐으나, 주가는 한동안 하락세를 탔다. 기존 70만4000원이었던 주식을 13만8000원으로 재상장한 뒤 11만원대까지 미끄러지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이듬해 8월을 지나면서 전 고점을 회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