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 2만명 육박.."어머님 죄송해요 못 갑니다"[코로나 3년차의 설]②
by정두리 기자
2022.01.30 06:00:00
코로나가 바꾼 설 명절 풍경
확진자 폭증 속 가족모임 옛말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아쉽지만 올해는 이게 맞겠다 싶어요, 어머님.”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새댁 김지은(34·가명)씨는 올해 설 연휴에 시댁을 찾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엔 시가의 가족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했지만,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고민하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어머니를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기 너머로 아쉬운 소식을 전하는 김씨 본인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올해 설 명절에는 가족 6인까지는 모일 수 있게 됐다. 김씨의 시댁은 시누이들까지 모이면 딱 6인이다. 하지만 설을 앞두고 김씨는 코로나19의 무서움을 여실히 느꼈다. 한 달 전 정부의 4인 집합금지를 어기고 시어머님의 생신을 맞아 가족 식사를 하고 난 이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 시어머님이 그 기간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비상에 걸렸고 그날 모두 PCR 검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던 나머지 가족들은 감염이 전파되지 않아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2주간 자가격리 통보를 받게 됐고,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에서 프로젝트 TF팀의 팀장을 맡고 있던 김씨는 재택근무로는 도저히 업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 업무 특성상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한 발짝도 집 밖으론 나설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결국 김씨는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회사가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에 실패했다. 김씨는 당시 죄책감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우울증 치료도 받고 있는 상태다. 김씨는 “걱정을 한아름 안고 시댁에 가느니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을 갖는 게 낫겠단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이 여객선에 승선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자녀들에 설 명절 기간 찾지 말아달라고 먼저 말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 김포 풍무동에 사는 김문희(58·가명)씨도 아들 내외에게 이번 설 명절 역시 찾아올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다. 이전까지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 가까운 지인들이 속속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에게 단호하게 ‘찾아오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 한켠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최근 손주가 태어나 하루에도 열두 번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아들은 그 마음을 짐작도 못하는지 “그래, 나도 속으로 찜찜했는데 엄마가 그리 말해주니 나도 맘이 편하네. 그게 맞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30분이면 왕래할 수 있는 거리지만, 이들은 서로 못 본 지 벌써 6개월이 다 돼 간다. 지난 추석 때도 보지 못하고 조용히 넘겼다.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아들 녀석은 “연휴도 기니까 이참에 여행이라도 다녀오려고”라고 한다. 김씨는 한없이 밀려오는 서운한 감정을 누르며 “그래,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 코로나 조심하고”라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