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취안 “미중 무역전쟁 사이에 낀 한국 중립적 입장 중요”

by신정은 기자
2021.09.13 05:05:05

[미중 무역전쟁 3주년 해회석학 인터뷰]
투신취안 대외경제무역대학 중국WTO연구원장
"코로나19 사태, 국제 영향력 경쟁 더욱 격화"
"美, 中이 투항하길 바라…내수 자신감 있어"

사진=신정은 특파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미중 무역분쟁의 근원은 체제 경쟁과 권력경쟁에 있으며, 앞으로 오랜 시간 종식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처럼만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전쟁이 발발한 지 3년이 흘렀다. 미국은 지난 2018년 7~8월 중국산 제품 500억달러 규모에 이어 9월엔 무려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해 ‘관세 폭탄’을 터뜨리면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후 몇차례 보복적인 관세 조치를 취하다 결국 2020년 1월에야 1단계 무역협상을 이뤘다. 합의 내용은 중국이 2년간 2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 구매하고, 미국은 애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동시에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게 골자다.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끝나는 시점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투신취안(屠新泉·)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 겸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연구원장은 지난 1일 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1단계 합의는 미중 무역전쟁의 계단성 쉼표일뿐 미중 경제·무역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큰 추세를 바꿀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투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3~4월 이후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에서 전면전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 전쟁(열전) 빼고는 미중이 모든 분야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중국 인민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전환점이 됐다”며 “미국이 기존에는 우리의 체재 개선을 원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무조건 투항하길 바란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사이에 낀 한국에 대해서 투 원장은 “미국 측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았으면 한다. 중국을 존중하고 중립을 지켜주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호주는 코로나19 기원설 등에서 미국의 편에 섰다가 우리와 대립하게 됐다”고도 했다.

사진=AFP
다음은 투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첫번째 관세 인상 대상 발표 규모가 500억달러 수준으로 클지는 몰랐다. 물론 대비해 왔던 터라 중국 정부도 즉각 반격 조치를 꺼낼 수 있었다. 그 후 중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 조치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매번 반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지만, 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모든 상황이 바꿨다. 미중 간 갈등은 전면전이 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자신의 잘못된 방역 정책을 중국 책임으로만 돌린다. 코로나19 사태는 양국간의 체제경쟁과 권력경쟁, 특히 국제 영향력의 경쟁을 더욱 격화하게 만들었다. 미중 간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농산물 구매약속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행했다고 본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고, 아마 처음부터 달성할 거라고 본 사람도 없을 거다. 무엇보다 미국의 정권이 바뀌었다. 바이든 정부도 여기에 큰 관심이 없다. 지금 이를 모두 이행하면 전 정부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일 뿐이다. 이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떤 패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중 간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시작되고 있지만 중국에 미친 충격도 예상보다 미미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오히려 2.3% 증가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주요 경제국이다.



△그렇다. 초기에 효과를 거두긴 했다. 화웨이의 휴대폰 부문에 타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기업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화웨이는 기존 통신장비나 5G 등 분야에서는 여전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고 아프리카, 중동 등 국가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웨이는 중국 시장만 있어도 생존이 가능하다. 중국 정부도 화웨이의 저가 브랜드 룽야오의 인수에 자금을 내는 등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WTO 상소기구의 회복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더 이상 현행 국제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국제 규칙을 바꾸고자 하는 태도를 표명하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정책 방향은 관세를 인상하고 보조금을 늘려 미국 제조업을 회복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 디커플링은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고, 중국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큰 분야이기도 하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에 더 이상 환상을 품지 않고 있다. 양보하거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중국은 사용할 카드는 다 썼다. 특별한 반격 카드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수 시장 위주의 쌍순환 전략을 강화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반독점과 사교육 시장 등을 제재하는 것도 결국은 소득을 분배를 이루고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언제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대외적으로 보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중요한 수단이다. 동아시아 지역 간 협력은 물론 중동·라틴아메리카 등 새로운 지역을 개척할 것이다. 유럽연합(EU)과도 무역은 여전히 좋다. 프랑스, 독일 등을 보면 미국의 태도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 물론 미국이 계속 압박할 것이기에 전체적으로 어렵겠지만, 우리도 스스로 우위와 매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 외교적 전략에 있어서는 미국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 목소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미국은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지만 중국은 어떤 압박을 주지 않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니 가까울 수 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야한다고 요구하지도 않고 비현실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중국은 비교적 관용적이다. 미국 측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중국을 존중하고 중립을 지켜주길 원한다. 호주는 코로나19 기원설 등에서 미국의 편에 섰다가 우리와 대립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태도는 현재 아주 훌륭하고, 중국 정부도 크게 불만이 없다. 오히려 일본에 대한 우려가 있다. 다만 걱정되는 건 한국의 정권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사실 기업은 크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본다. 아주 특별한 기업을 제외하곤 정부가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하진 않는다. 정치적인 일에 기업은 최대한 침묵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려운 건 시장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은 로컬 기업에 비해 즉각적으로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못따라가는 부분이 있다. 중국 시장이 크다보니 많은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있고 경쟁이 치열하다. 즉 소비자들의 선택할 수 있는 제품도 많다는 의미다.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요를 잘 파악해야한다. △베이징대 학사 △대외경제무역대학 석·박사 △베이징시 14대 인민대표대회 대표 △미국 존스홉킨스대 방문연구원 △세계무역기구(WTO) 방문학자 △현재 대외경제무역대학 중국WTO연구원장 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