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효원 기자
2020.05.31 00:30:00
"아프면 쉬라는 방역수칙 알지만…" 쿠팡 사태 왜 커졌나
부천 쿠팡 물류센터 97% 비정규직..."아파도 쉬기 어려워"
무급휴가ㆍ원거리 근무 강요 등 사측 갑질 속출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쿠팡 부천 물류센터발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96명(29일 0시 기준)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물류센터 직원들이 ‘아프면 쉬기’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직원의 97.3%가 비정규직으로, 관련 증상이 있어도 쉬지 못하는 노동현실이 코로나19 확산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투잡, 쓰리잡을 마다하지 않은 초단기 근로자들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3760명 중 정규직은 98명으로 2.7%에 불과하다”며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고, 일용직은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쉬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예방 대책으로 내놓은 ‘아프면 집에서 3~4일 쉬기’는 직장인들에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이는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직장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주장이 대다수다. 직장인들은 ‘아프면 쉬기’ 정책은 아프면 쉴 수 있는 공무원과 이를 실행할 수 없는 직장인 일용직 노동자 간 사회적 차별 논란만 더욱 키우는 것으로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은혜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정부에서 생활방역 지침이 나왔지만 강제력이 없는 사안이라 회사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취업규칙상 병가가 있다면 이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지켜지지 못하는 ‘아프면 쉬기’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칙 준수를 위한 유급 병가와 관련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병가는 회사에서 유급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무급 병가조차 개인 연차에서 먼저 차감한 뒤 처리해 사실상 유급이든 무급이든 병가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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