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종 동식물전염병 '사후약방문' 그만해야

by김형욱 기자
2019.05.31 06:00:00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열대거세미나방(FAW)…. 이름조차 생소한 외래 동식물전염병의 위협이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첫 발생 이후 불과 9개월도 안돼 중국 전역으로 확산, 현재까지 1억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질병인 열대거세미나방도 올 1월 중국에 유입한 이후 남부 지방에 급속도로 퍼져 중국 내 옥수수 생산량이 5~10% 감소했다.

인접국인 중국이 시달리고 있다는 건 언제든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여행객이 가져온 소세지 등 축산 가공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 잇따라 적발됐다. ‘금(金)겹살’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이유다.

더 큰 걱정은 신종 외래 동식물전염병 종류가 다양히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확인해야 할 신종 전염병이 계속 늘어난다”며 일일이 대비책을 마련하기 버거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 사과·배를 병들게 하는 과수화상병처럼 매년 때 되면 찾아오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올해 방역 관련 예산은 2692억5000만원이다. 1년 전보다 10.9%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기존 전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이나 살처분보상금 비용이다. 신종 가축질병을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84억63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900만원 줄었다. 식물질병과 관련한 예산은 101억5200만원이 다. 이중 R&D 예산은 5억25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달 ASF 국내 유입 우려가 커지자 뒤늦게 검역 인력과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키로 했다. 연내 ASF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도 시작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현재 인력규모로는 ASF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과 예산 부족 탓에 현재도 여러 과제를 동시에 떠맡아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나지도 않은 질병에까지 연구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국내에 유입되지 않은 질병이라도 예상 피해가 크다면 사전에 준비하는 게 옳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은 AI나 구제역만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