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팁..."나쁜 기억은 담아두지 않는다"

by공지유 기자
2019.03.17 00:13:30

[인터뷰] ‘한 달 살기’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여락이들
공감과 기대감 주며 젊은 층 반응 얻어
인생의 전환점으로 한 달 살기 추천해

(사진=청춘여락 제공)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여락이들'

2030세대가 끊임없이 힐링을 추구하고 있는 와중, ‘한 달 살기’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 달 살기’는 낯선 곳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현지의 삶을 느껴볼 수 있는 형태의 여행이다. 빡빡한 일정에 맞춰 유명지를 돌며 사진을 남기는 단기여행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골목골목을 돌아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한 달 살기’는 현실에 지친 2030세대가 꿈꾸는 여행방식이다.

유튜브 채널 ‘청춘여락’은 자신들의 여행 영상을 공유해 이런 젊은 층에게 자신들의 특별한 여행 경험을 보여준다. 청춘여락 채널은 ‘잘생긴 훈남이 윙크하면 뭐 어쩔건데? 오예입니다 In 시베리아 횡단열차’, ‘같은방 훈남이 하루종일 같이 프랑스여행 하자고 한다면?’, ‘이집트 중동부자가 집요하게 데이트 신청 한다면?’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한 달 살기 여행에서의 특별한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젊은 층, 특히 2030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청춘여락의 주인공 ‘여락이들’은 김수인씨와 김옥선씨 두 명이다. 스냅타임은 수인씨를 만나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등을 물어봤다.

퇴사 후 떠난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거듭나

김수인씨와 김옥선씨(이하 ‘여락이들’)의 만남은 심플하다. 둘은 같이 콜센터에서 함께 일한 직장동료다. 어느날 같이 퇴사를 한 후 멜버른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여락이들의 여행은 시작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다. 대학 영화학과 친구가 졸업작품을 내기 위해 함께 동행해 그들의 여행영상을 찍으면서 유튜브에 입문한다. 졸업작품을 만들고 남는 자투리 영상을 받은 수인씨와 옥선씨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무료 편집실을 대여해 독학하면서 여행영상을 편집했다. 그렇게 여행 페이지에 올린 여락이들의 여행 영상은 한 시간 만에 좋아요 3000 개를 돌파했다.

그 영상이 이슈가 되면서 의류업체나 스포츠브랜드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냐, 여행 갈 때 이 제품을 착용할 수 있냐”... 사람들은 이미 그들을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지속해서 여행 콘텐츠들을 만들게 됐고, 그러다가 자신들만의 채널을 구축해 영상을 올리면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할 수 있겠다 싶어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시작부터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현재 24만여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짧게 다니는 여행은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 마음에 일정을 빡빡하게 잡게 되는 거 같아요. 영국 갔을 때 암스테르담도 가고, 독일도 기차를 타고 넘어가 보고...” 수인씨는 단기 여행과 한 달 살기 여행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단기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에서 꼭 해야 되는 것, 남들이 한 걸 다 따라 하는 블로그적인 여행을 한다면, 한 달 살기 여행에서는 그보다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에그 타르트 클래스를 듣는다거나, 태국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태국어 클래스를 2주 정도 듣는 활동을 한 수인씨는 “이런 강의를 듣다 보면 그 나라의 대학생이 된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낯선 나라에 여성이 여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여성을 향한 길거리 성희롱인 ‘캣콜링‘부터 소매치기까지 여러 위협이 존재한다. 여락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술 취한 사람이 뒤에서 유리조각을 들고 쫓아오기도 했고, 식사하는데 카메라를 훔쳐가 버린 적도 있다”며 수인씨는 불쾌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위험한 상황 후 여락이들의 처방은 나쁜 기억을 담아두지 않는 것이었다. 남은 여행을 기분 나쁜 상태로 보내지 않기 위해 수인씨는 같이 큰 소리로 욕을 한다든지, ‘쟤 진짜 미개하다‘하면서 넘기곤 했다고 회상했다.

콘텐츠 인기 요인은 공감과 기대감

(사진=청춘여락 유튜브) 누적조회수 114만을 기록한 여락이들의 '잘생긴 훈남이 윙크하면 뭐 어쩔건데? 오예입니다 in 시베리아 횡단열차' 영상 캡쳐

한 달 살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와중 청춘여락의 영상 조회 수는 압도적이다. 시베리아 횡단 영상은 조회 수 백만을 넘겼다. 수인씨는 콘텐츠의 인기에 대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대상이라고 생각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했다.

좋은 호텔에 묵고 좋은 음식을 먹은 걸 보여주는 콘텐츠들은 ‘나는 일하느라 여행도 못 가는데 저 사람들은 뭘 하길래 저렇게 좋은 걸 먹고 좋은 데서 자는 거지?’ 하는 반감요소가 있다. 반면, 청춘여락의 콘텐츠들에는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요소가 많다. 여락이들은 10인 도미토리, 20인 도미토리 등 사람들이 꺼리는 곳들에서 직접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저렴한 경비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운도 따라줬다. ‘같은 방 훈남이 하루종일 같이 프랑스 여행 하자고 한다면?’과 같이 여행에서 겪은 자연스러운 일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댓글로 “또 이상한 환상 하나 늘었다”, “돈 벌어서 저기 가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인씨는 “‘나도 여행 가서 이런 애들을 만나고 이런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겠지’하는 설렘, 기대감”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에 공감대를 맞춘 것이 인기의 요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시간적 여유 있다면... 무조건 떠나라

한 달 살기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서도 현실의 여건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춘여락의 여행 영상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수인씨는 휴학한 대학생들과 이직을 준비 중인 직장인에게 한 달 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있고 여행을 갈 여건이 되는 사람들’에게 수인씨는 한 달 살기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한 달 혹은 2주라도 한 곳에 머물며 사람들의 일상을 느끼다 보면 저절로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 또한 쓰리잡, 포잡 뛰어가며 여행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무작정 떠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한 달 살기로 인생에서 아주 큰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여행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삶이 지루하고 전환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어요.”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