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면 수출 살아날까?…"단기처방 불과해 한계" 지적

by김형욱 기자
2019.03.05 00:00:00

수출계약서만으로 보증…채권 조기 현금화도 지원
정부 마케팅 지원사업도 올 상반기에 집중 투입
현 수출부진 해소엔 역부족…“당분간 어려울듯”
중·장기 기업환경 개선·경쟁력 강화 노력이 관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올해 무역금융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대출·보증 등 무역금융 확대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고 감소하고 있는 수출을 떠받치기 위한 차원이다.

당장 수출기업의 자금 흐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무역장벽 강화 등 수출을 끌어내린 대외 변수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기업환경 개선과 품목 다변화 등 수출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올해 무역금융 지원액을 지난해보다 15조3000억원(7.0%) 많은 236조원으로 늘리는 수출활력 제고대책을 발표했다.

늘어난 지원액은 수출기업의 자금 흐름을 돕는데 투입한다. 수출계약서만으로 특별보증(1000억원)을 서준다거나 현금화에 통상 반년 정도 걸리는 수출채권의 조기 현금화 보증(1조원)을 해주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은 이를 위해 총 8개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또 정부는 이들 기관의 부실대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면책해주는 걸 제도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수출기업 마케팅 지원도 올 상반기 집중 투입한다. 전체 지원액을 352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2억원(5.8%) 늘리고 이중 60% 이상을 상반기 중 소진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도 올해 102억달러(약 11조5000억원) 수출을 목표로 연 수출 1억달러(약 1100억원)가 넘는 대기업의 정부 지원 해외박람회 참가 제한을 풀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수출진흥 공공기관 해외지사도 현지 신규 거래처 발굴에 최적화한다.

어려운 때인 만큼 민간 부문에 더 많은 신용 융자와 지원을 주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 수출액은 반도체 단가 하락과 중국 성장 둔화로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달러라도 수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수출기업이 가장 아쉬워하는 무역금융 보강과 수출마케팅 강화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현 수출부진은 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과 중국의 부진 때문인 만큼 당장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사이클이 안 좋을 때 민간에 더 많은 크레딧을 제공한다면 수출기업에는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제9차 한-우즈벡 무역경제공동위원회 참가해 현지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정부는 이와 함께 중·장기 수출체질 강화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신생 기업의 수출 시도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반도체와 석유화학,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고 수출 대상국 역시 중국·미국 등에 집중돼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플랜트·건설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을 올해 6대 신수출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코트라 내 아세안 데스크를 설치하고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코트라 무역관 내 플랜트 수주지원센터를 여는 등 신남방·신북방 정책에도 속도를 낸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정부 수출대책을 현장에서 느끼기 위해선 시차가 다소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선 노력이 바이오헬스나 화장품 등 신 수출성장 품목의 큰 폭 성장으로 이어졌듯 앞으로도 품목과 시장 다변화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자금 융통 지원 같은 단기 대책보다는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무역금융 확대 대책은 단기 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다”라며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수출 기업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기업 환경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에서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꼽은 올해 6대 신수출성장동력 및 올해 주요 지원방안. 산업통상자원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