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치매가족 성장이야기…투믹스 '괜찮다 안 괜찮다'

by김정유 기자
2019.02.03 04:21:44

치매 어머니와 딸의 스토리, 절제된 내용 전개로 현실감 키워
휘이 작가 "치매에도 서로 존중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 그리고파"
작가 자전적 내용…치매, 오히려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나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부모님이 어느 날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누구든 상상하기 싫을 부모님의 치매에 대한 이야기. 투믹스의 ‘괜찮다 안 괜찮다’는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렸다. 어떤 이들은 이 웹툰을 보고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100%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치매를 인정하기 싫은 부모님과 모든 게 조심스러운 자식의 입장은 그 누구도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괜찮다 안 괜찮다’는 29세 서점 직원인 지호와 그의 어머니 58세 숙희, 두 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호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 정우로부터 프로포즈를 받는다. 지호의 어머니인 숙희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남편과 이혼한 뒤 마트에 취직해 새 삶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숙희는 출근 첫 날부터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딸 지호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걱정으로 보내게 된다.

병원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간단할 것으로 생각했던 지호. 하지만 문제는 그리 쉽지 않았다. 치매 증상이 뚜렷하지만 숙희는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이 두렵다. 잠깐 정신이 나가서 그랬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으로 버틴다. 의사로부터 치매 확진을 받는 것이 마치 사형 선고인 것만 같다. 지호 역시 조심스럽다. 숙희를 병원에 데려갈까 고민했지만 결국 자가진단지를 받아오는 것에 그친다. 그나마도 그대로 주지 못하고 종이학으로 접어 준다. 이후 둘은 갈등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 때문. 과한 배려와 현실 도피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58세의 숙희는 어느 날 자신에게 치매가 왔음을 깨닫고 방황한다. (그림=투믹스)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작화 역시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느낌이다. 자칫 잘못하면 작가의 감정 과잉이 연출될 수 있는 전개에서도 절제의 미(美)를 담았다. 그래서 더 가슴 속에 와닿는다. ‘내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되물음을 하게 된다. 더욱이 이 웹툰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괜찮다 안 괜찮다’를 그린 휘이 작가는 ‘숨비소리’로 데뷔해 ‘이것도 연애’ 등의 인기작을 연재했다. ‘숨비소리’를 마친 뒤 휘이 작가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했을 때,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더 이상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을 그리지 않기로 했지만 머릿속이 온통 치매와 결혼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괜찮다 안 괜찮다’를 그리게 된 이유다. 휘이 작가는 “치매에 걸려도 서로를 존중하면서 즐겁고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며 “그 순간으로 성장해나가는 딸과 엄마의 일상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휘이 작가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치매지원센터에서 봉사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어머니가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작품의 기획의도처럼 치매라는 병이 그저 끔찍하기만 한 재앙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부모님이 있는 모든 이 세상의 자녀들이 이 웹툰을 보며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한편 ‘괜찮다 안 괜찮다’는 매주 일요일 투믹스에서 연재 중이며 현재 45회차까지 공개됐다.

딸 지호와 엄마 숙희는 ‘치매’란 장애 앞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림=투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