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꿀꿀’할 땐…행운·돈 부르는 ‘돼지투어’

by강경록 기자
2019.01.04 00:00:01

황금 돼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돼지투어’
한국관광공사 1월 추천 가볼 만한 곳

아이들도 좋아하는 경주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그중에서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황금 돼지해다. 십간의 여섯 번째인 기(己)와 오방색 중 황색에 해당하고,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인 육십갑자로 연대를 표기할 때 60년 주기로 같은 해가 돌아오는 것. 예부터 돼지는 돼지 ‘돈’(豚) 자가 ‘돈’(화폐)과 음이 같아서 재물을 뜻하기도 하고, 돼지꿈은 길몽이라 해서 행운을 부르는 동물로 크게 반겼다. 다산의 상징도 바로 돼지다.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며, 행복을 기원하는 첫 여행에서 복덩이 돼지를 만나보면 어떨까.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교육농장 ‘돼지보러오면되지’에서는 먹이를 먹고 있는 돼지를 안아보고 만져볼 수 있다.


◇생명을 소중함 일깨우는 ‘돼지보러오면되지’

경기도 이천 율면에 자리한 ‘돼지보러오면되지’. 동물원이나 돼지 테마파크가 아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농장이다. 지난 2011년 축산학을 전공한 이종영 촌장이 조성했다. 당시 이 촌장은 돼지인공수정센터를 창업해 운영했는데, 다친 수퇘지를 내보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프랑스 테마 교육 농장에서 양을 키우며 행복한 사람들을 보고 꿈을 키웠다. 그 결실이 바로 ‘돼지보러오면되지’다. 이곳은 돼지박물관, 문화-홍보관, 공연장, 소시지체험장, 카페와 식당, 치유정원 등으로 구성했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교육농장 ‘돼지보러오면돼지’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돼지 공연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돼지 공연과 소시지 만들기 체험이다. 공연은 하루 4회씩 진행한다. 하이라이트는 복권 추첨. 미니 돼지가 숫자 6개를 뽑아서 알려주는데, 바로 복권 번호다. 올해가 6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인 만큼 행운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시지 만들기 체험도 인기가 높다. 길이 10~15cm 위너 소시지를 만들어보는 체험이다. 녹말과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 뒷다릿살을 이용해 만든다. 육류가 무려 95%에 달하는 건강한 소시지다. 이 외에도 이종영 촌장이 20여 년간 모은 수집품을 전시하는 ‘돼지박물관’, 돼지 관련 정보가 가득한 ‘문화-홍보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치유정원’ 등도 볼거리다.

강원도 양구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면 ‘펀치볼’ 분지


◇황금 돼지 기운이 깃든 ‘양구’

강원도 양구 해안면은 황금 돼지의 기운이 깃든 곳이다. 펀치볼로 유명한 이곳은 특이하게 지명에 돼지 해(亥) 자를 쓴다. 본래는 바다 해(海) 자를 써서 해안(海安)으로 불렸는데, 분지 안쪽 산기슭에 뱀이 많아 돼지를 풀어 키웠더니 뱀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와 지명을 고쳤다. 펀치볼은 해발 400~500m 고지대에 발달한 분지로, 그 주위가 마치 화채(Punch) 그릇(Bowl)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강원도 양구 해안면의 돼지 전설을 소재로 한 동상
양구통일관 건물 앞 광장에 있는 거대한 옥빛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이다. 걸인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의 작품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양구전쟁기념관은 한국전쟁 때 격전을 벌인 양구 지역의 9개 전투를 담았다. 도솔산 전투,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백석산 전투 가칠봉 전투, 대우산 전투,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949고지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등이다.

을지전망대에 가려면 양구통일관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 검문소를 통과하면 기칠봉 능선에 자리한 을지전망대다. 설악산에서 금강산까지 백두대간의 웅장한 흐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남쪽으로는 해안면 펀치볼 분지가, 왼쪽으로는 설악산이 한눈에 담긴다. 전망대 안에 들어서면 황량한 비무장지대(DMZ)와 금강산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충북 청부 서문시장 내 삼겹살거리




◇전국 유일의 삼겹살거리 ‘청주’

삼겹살거리는 충북 청주 서문시장에 자리했다. 삼겹살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청주가 유일하다. 식당 15곳이 옹기종기 모여 추억의 돼지고기 맛을 전한다. 서문시장은 청주 시민에게는 향수 어린 장소다. 버스터미널이 있던 서문시장 일대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다. 두툼한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려고 부담 없이 찾던 공간은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경동으로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상인들은 떠나갔고, 삼겹살 식당도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다시 활기가 넘쳐난 것은 2012년부터. 삼겹살 식당 일부가 의기투합해 삼겹살거리가 들어서면서다. 처음에는 7곳이던 삼겹살 식당도 이제는 15곳으로 늘었다.

충북 청주 삼겹살거리는 간장소스에 적신 삼겹살이 유명하다.


독특한 조리법도 눈길을 끈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간장 소스에 담갔다가 굽는다. 소금을 뿌려 먹는 방식에서, 간장 소스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일본식 소금구이를 뜻하는 ‘샤오야키’ 간판을 내건 청주 삼겹살집에서는 예부터 간장 소스가 함께 나왔다. 간장 소스는 수퇘지를 식육으로 사용하는 시절, 잡냄새를 없애려고 쓰기 시작했다. 달인 간장은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이곳에서는 조선간장에 생강, 당귀, 계핏가루, 마늘, 녹차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 특유의 소스를 만든다. 고기 자체도 일품이다. 이 일대 돼지고기는 왕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맛이 유명했다. 국산 생고기를 숙성시켜 사용하는 것은 이곳만의 원칙. 삼겹살은 0.8cm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 내놓는다.

경주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


◇로또 1등 소원 들어준 ‘복돼지’

경북 경주의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차례로 지나면 다보탑과 석가탑, 대웅전으로 이어지면서 부처님 나라가 펼쳐진다. 대웅전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락전이 자리했다. 이 극락전 앞에 바로 금빛 돼지 상이 있다. 천년 고찰에 복돼지상이 들어선 사연이 이렇다. 지난 2007년 초 극락전 현판 뒤에서 자그마한 돼지 조각을 우연히 발견했다. 당시 이 일은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많은 이들이 이곳에 찾아와 복을 빌었다. 불국사는 이 조각을 ‘극락전 복돼지’라는 공식 이름을 지어주고 기념 100일 법회도 열었다. 이후 현판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을 만들었다.

경주 불국사 극락전 현판에 있는 복돼지는 2007년 우연히 발견했다.
지금도 극락전 복돼지를 보기 위한 발길은 이어진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은 반드시 들러 사진을 찍는 코스로 인기가 높다. 내국인도 줄을 잇는다. 지난 2017년에는 로또 당첨자가 “불국사 극락전 앞 복돼지를 쓰다듬고 현판 뒤에 있는 진짜 복돼지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 다음 극락전으로 들어가 108배를 올리고, 로또에 당첨됐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극락전 현판 뒤에 숨은 돼지 조각은 기둥을 받치는 공포(拱包) 위에 있다. 보통 사찰 공포 위에는 조각이 없거나, 있더라도 용이나 봉황을 새기는 게 일반적이다. 돼지를 조각한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 복돼지 조각까지 봤다면 극락전에 들어가 아미타불을 뵙고 가길 권한다. 모든 것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는 아미타불의 가르침을 새겨도 좋을 듯하다.

경남 창원 돝섬의 상징, 황금돼지


◇행운의 섬 창원 돝섬과 저도

경남 창원에는 돼지와 관련한 여행지가 두 곳이 있다. 돝섬과 저도다. 돝섬은 마산합포구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돝’은 돼지의 옛말로, 말 그대로 돼지 섬이다. 이곳에는 황금 돼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미희가 어느 날 작은 섬으로 숨어들었다. 신하들이 환궁을 요청하자, 미희는 황금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졌다. 이후 황금 돼지가 백성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에 병사들이 황금 돼지에 활을 쏘자,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섬이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신라 때는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니 잦아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982년 해상유원지로 개발하면서 섬에는 서커스장과 동물원 놀이기구가 들어섰고,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려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후 돝섬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지금은 창원시가 인수해 시민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바닥이 시원하게 보이는 경남 창원 저도 스카이워크


저도는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자리했다. 돼지 저(猪)자를 쓴다. 이름 그대로 ‘돼지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운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저도의 마스코트는 새파란 바다 위에 있는 ‘스카이워크’다. ‘콰이강의 다리’로도 많이 불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에 건설한 다리와 닮아서다.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잇는 이 다리는 길이 182m, 폭 3m에 달한다. 다리를 건너며 13.5m 아래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맛이 짜릿하다. 입구에 귀여운 돼지 조형물과 사랑의 자물쇠, 느린 우체통 등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