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환매보다 추가투자

by박정수 기자
2018.12.24 04:50:00

작년말 ‘비과세 일몰’ 전 대거 가입
수익률 1년새 최대 –15% 곤두박질
조정 거쳤으니 향후 수익률 기대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직장인 김 모 씨는 펀드 계좌를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작년 12월26일 비과세 해외 주식형 막차를 타기 위해 중국 펀드와 베트남 펀드를 가입했지만 평균 수익률 -15.37%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당시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대체로 좋았던데다 비과세혜택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는 만큼 고민 없이 가입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KB중국본토A주[주식](C-E)의 경우 손실이 -25.02%에 달하고, 당시 판매 순위 1위였던 한투베트남그로스자[주식](Ce) 역시 -13.84%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비과세 혜택을 등에 업고 가입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해외 주식형펀드가 1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당시 대부분 증권사들이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을 추천했던 만큼 올해 신흥국 증시 하락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불입한 자금을 한 번 빼면 추가 납입이 불가능하므로 섣부른 환매보다는 추가 투자에 나서 저가매수 효과를 누리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공모펀드·순자산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4.79%로 집계됐다. 특히 해외 비과세 주식형 펀드 자금의 절반 가까이 유입됐던 아시아신흥국주식(-15.40%), 동남아주식(-10.49%) 등 신흥국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매매 평가차익(환차익, 투자수익, 배당 등)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을 매기는데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는 이를 면제(배당 제외)해주는 상품이다. 특히나 세제 혜택 기간은 개설일로부터 10년까지이며 펀드를 일부 또는 전액 환매해도 비과세 혜택은 주어진다. 수익이 발생했을 때 아무 때나 환매해도 별도의 추징금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작년 12월 말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 일몰을 앞두고 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에 몰렸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집계했던 자료를 보면 판매 규모 상위 10개 펀드의 판매 잔고가 1조7585억원으로 전체의 46.2%를 차지했다. 또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40% 이상인 펀드 수가 6개에 달해 투자자들은 앞다퉈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통계치를 보면 중국주식은 연초 이후 -20.13%, 베트남은 -6.74% 수준이나 펀드 수수료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들 실투자 손실은 더 큰 셈이다. 당시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연말에 해외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손실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과세 혜택이 10년인 만큼 아직은 환매할 때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10년짜리 비과세 상품이니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다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기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 자체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니 펀드 투자를 계속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대체 투자처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섣부르게 환매하는 것은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란 얘기다.

오히려 이머징, 선진국이 올 한해 조정과정을 거치며 가격부담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추가 투자를 통해 기대수익을 높이라고 권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향이 신흥국으로 퍼지고 있어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다만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베트남인 만큼 베트남 펀드의 추가 투자는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순위로 본다면 1순위가 베트남과 인도, 2순위가 중국, 3순위가 북미”라며 “앞으로 9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충분히 환매 시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