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18.12.22 02:00:00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 ‘심해수’ 노미영·이경탁 작가 인터뷰
“잘먹고 잘사는 현실속 악인, 만화 속에선 가만 안 놔둘 것”
종과 종간의 대립 그려, ‘미래소년 코난’ 영향 많이 받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수몰된 지구에서 문명이 단절되고 유적들을 헤매며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노미영 작가의 담당 편집자가 바다괴물만화를 그리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구상하고 있던 ‘아포칼립스’ 소재와 제안 받았던 괴수물을 한데 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체적인 기획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바다 밖에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생존해 나간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재난인데, 이에 더해 괴물들에게 쫒기기까지 해야하는 설정은 사람들을 밑바닥까지 몰아치기 좋은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 가장 먼저 소설 ‘모비딕’을 정독했구요.(책이 그렇게 두꺼울 줄 몰랐어요) 게임과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데 게임은 ‘바이오쇼크’, ‘스타크래프트’, ‘데드스페이스’를, 영화는 ‘어비스’, ‘에얼리언’, ‘매드맥스’, ‘워터월드’, ‘스타쉽트루퍼스’, ‘혹성탈출’, ‘죠스’를, 만화는 디즈니 ‘아틀란티스’, ‘청의 6호’ 그리고 ‘미래소년 코난’, ‘취성의 가르간티아’, ‘피안도’, ‘간츠’ 등을 봤습니다. 일러스트는 ‘듀갈 딕슨’, ‘이안 맥큐’ 등의 작품을 많이 접했습니다. 더 많이 찾아봤었는데 바로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본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은 정말 강하게 각인돼 있었습니다. ‘모티브를 따와야지’라고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만들고 보니 스스로도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 과거 판타지 만화 ‘살례탑’을 완결하고 한동안 학습만화를 작업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함께 학습만화를 작업했던 편집장의 소개로 일본잡지에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첫 작품 완결 후에 두 번째 연재를 따기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녀봤지만 일이 잘풀리지 않더군요. 첫 작품은 일본 스토리 작가님의 명성에 기댔던 측면이 많았는데 그 분과 떨어지자, 노미영이라는 만화가는 일본에선 신인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닥 부터 다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히어로즈’라는 잡지의 신인작가 공모전에도 내보고 단편콘티를 주로 짜서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니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다녔던 출판사 중 하나가 ‘고단샤’(일본의 대표 출판사)의 ‘영매거진’이었구요. 그때 만났던 편집자께서 ‘공각기동대’ 담당자였던 인연으로 ‘공각기동대’란 거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연재작 이후의 과정 자체는 다른 일본의 신인작가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 만화시장은 한국과는 결이 무척 다르다고 할수 있겠는데요. 일단 잡지판매 수익으로 원고료를 받고 그 연재분을 모아 책을 판매하는 수익구조의 일본이기 때문에 단행본을 만드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매체가 종이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전자책 이용자들이 급증하는 것에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도 (모바일에서 보기에 최적화된) 한국의 횡스크롤 방식의 만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만화시장 전체는 아니지만 웹 만화의 경우 일부분은 한국시장과 비슷해 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 속담이 마치 심해수의 주제같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무슨 꿍꿍이인지, 무슨 괴물을 숨겨 놓은건지 볼수가 없어서 마치 ‘심연’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악한 사람들은 또 다른 심해수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현실에선 악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지만 만화 속에서는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악의를 짜증날 정도로 묘사한 것도 그들과 비교해 인간적임을 유지하고 있는 선한 사람들을 빛나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언제나 ‘권선징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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