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품에 온천의 나라 '일본'도 반했다
by강경록 기자
2018.01.05 00:00:01
부산 해운대로 떠나는 겨울 온천 여행
신라 진성여왕이 병고쳐 유명해져
온천의 나라 ''일본''도 인정한 ''해운대온천''
해운대온천 역사 품은 ''할매탕''
온천 족욕탕 등 즐길거리도 많아
| 해뜰 무렵 부산파라다이스호텔 씨메르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투숙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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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온천은 ‘치유의 샘’이다. 상처 입은 몸도 그렇지만, 삶을 살며 다친 모든 마음의 그늘마저 쓰다듬는 행위가 온천욕이다. 오죽하면 ‘몸으로 먹는 보약’이라고도 하지 않나. 매서운 겨울 추위에 온기가 그리워 찾은 곳은 부산 해운대다. 해운대에는 유서 깊은 온천단지가 있다. 바로 해운대구 중동에 있는 해운대온천이다. 해운대구청을 중심으로 온천탕·호텔·여관 등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해안과 인접해 해수욕과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임해(臨海) 온천으로 유명하다. 라듐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관절염과 신경통 등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부산파라다이스호텔 투숙객이 야외스파인 씨메르에서 온천욕을 즐기면서 해운대 앞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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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성여왕도 병 고친 ‘해운대온천’
해운대온천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통일신라시대 진성여왕이 해운대에서 온천욕을 하고 난 뒤 천연두가 나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해운대온천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 의해서다. 1887년 부산으로 들어온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가 해운대온천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그는 해운대온천 주변 땅을 사들여 온천원을 개발하고 욕장을 만들었다. 이어 1917년에는 온천 여관인 ‘해운루’가 들어섰다. 2층 건물로 객실 20개, 모래찜질, 온천폭포, 별관의 대욕탕 등의 시설을 갖췄다. 당시 최고의 문인이었던 춘원 이광수는 “(중략) 청송(靑松)으로 솔솔 불어오는 청풍(淸風)을 쐬면, 육신의 진구(塵垢)만 아니라 정신의 진구까지 씻어지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였다.
본격적인 개발은 1920~30년대에 이뤄졌다. 이 시기 일본인 기업가들이 해운대온천기업합자회사를 만들어 이 일대 99만 ㎡(30만 평) 부지를 온천관광특구로 개발했다. 온천탕과 온천수영장, 호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 등이 대거 들어서기 시작했다. 1934년 개통한 동해남부선은 부산 시내에서 해운대 온천특구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30년대 다른 일본인 기업가가 지금의 벡스코 부근 센텀호텔 일대의 과수원을 사들여 골프장으로 만들면서 골프장과 온천을 연계, 관광지로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일본의 왕족과 조선 총독 등도 이곳을 찾아 온천욕을 즐겼을 정도였다.
광복 이후에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군 군부대가 들어서 민간인 통제 구역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1963년 일반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명성을 널리 알리게 됐다. 더불어 해운대온천의 명성도 전국적으로 높아만 갔다. 1960~1970년대에는 경주와 해운대로 이어지는 신혼여행지가 인기를 끌었다.
| 2006년 철거되기 전 할매탕 전경(사진=부산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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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온천의 역사 품은 ‘할매탕’
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을 꼽으라면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이다. 원래 이름은 할매탕이 아니었다.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할머니들이 많이 찾았는데,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2006년 할매탕은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할매탕도 다시 지어졌다. 해운대온천센터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 할매탕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담겨있다. 할매탕 온천수는 피부병에 효과가 좋아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과거엔 피부병 환자가 원탕에서 한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할매탕은 수질 관리와 욕탕 관리에 철저해 욕탕에 물때 하나 없을 정도다. “물과 탕 관리가 최고의 광고”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고,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에 이른다.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탕 안의 밸브를 열면 하얀 수증기를 머금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을 한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할매탕은 가족탕과 남녀 사우나로 구성했다. 가족탕은 6개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단, 가족탕은 예약은 받지 않는다. 또 온천 객실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 해운대구청 앞 온천 족욕탕(사진=부산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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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온천의 변신은 무죄
그동안 해운대온천의 외관도 많이 변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온천욕장 시설 정비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늘었다. 그래도 온천물의 효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2015년 개장한 해운대구청 앞 ‘온천 족욕장’은 도심 속 작은 정원에서 지친 발과 마음을 동시에 달랠 수 있는 곳이다. 100% 온천수만을 사용하며, 46~47도의 뜨끈한 수온을 항상 유지한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운대온천의 효능을 직접 느껴볼 수 있기도 하다.
마린시티에 들어선 ‘스파마린’은 온천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과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드라마 ‘해운대의 연인들’, 영화 ‘황제를 위하여’ 등 최근 각종 촬영장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곳이다. 인간의 생리적 조건에 이상적인 34도의 온천물로 피로회복과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온천 후 동백섬과 해운대 해변을 거닐면 그야말로 도심 속 힐링을 선사한다.
해운대에 자리한 파라다이스부산의 씨메르는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이곳 야외 스파는 해운대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해운대 명소로 통하던 곳. 2012년 시설을 고급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였다. 지하 275m에서 솟아나는 100% 천연 온천수를 쓴다. 피부병·신경통·고혈압 등에 좋다고 한다. 바다 쪽 가장자리에 위치해서 자세를 낮추면 마치 바다와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 1935년 문을 연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 ‘할매탕’은 2006년 철거되었다가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지은 건물에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고 영업 중이다. 2층은 가족탕으로, 3층은 대중탕으로 사용하고 있다. 2층을 가족탕으로 만든 이유는 피부병 환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부산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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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가차량을 이용해도 좋고, 서울역에서 KTX나, 수서역에서 SRT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있어 가는 길이 더 다양하고 편해졌다. 부산에 도착했다면 해운대까지는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거나 시내버스, 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기에 이동하기 큰 어려움은 없다.
△잠잘곳=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이번 달 주중(일~목요일)에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초이스 패키지’를 내놨다. 따뜻한 온수풀과 야외스파, 그리고 호텔조식을 포함했다.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유스호스텔 아르피나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이용하기에 좋다.
△먹을곳= 해운대로에 있는 오복미역 송정점은 미역국 전문점이다. 가자미와 조개, 전복이 들어간다. 미역은 다이어트와 혈액순환에 좋고, 면역력 증가와 항암효과까지 있는 슈퍼푸드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 미역국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메뉴에 나와 있는 사진과 달리 전복 크기는 작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