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고 세대수 적으니…주상복합 內 상가 '텅텅'

by박태진 기자
2016.02.29 05:30:00

목동 역세권 3.3㎡당 5000만원 분양…주변 평균보다 최고 1500만원 높아
입주 1년, 12개 점포 중 3곳만 오픈
배후 수요 적은 300가구 미만 단지…2년째 분양·임대 절반 안된 곳도
"단지 클수록 좋고 공실률 따져봐야"

△서울·수도권에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내 상가가 속속 입주하고 있지만 비싼 분양가 등으로 몇 년째 주인 찾지 못한 점포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 한 신도시에 들어선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 점포 곳곳이 텅텅 비어 있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1.서울 양천구 목동에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센트럴 푸르지오’(248가구). 올해로 입주한 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팔리지 않은 단지 내 상가가 적지 않다. 총 12개 점포 중 지하 1층 식품매장과 1층 커피전문점, 총선 예비후보 사무실 세 곳을 제외하곤 모두 텅 비어 있다.

2.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있는 ‘용산 더프라임’ 주상복합단지(272가구) 내 상가. 입주 4년째인 이 상가엔 ‘분양’, ‘임대’ 안내문이 유리창 곳곳에 듬성듬성 붙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빛깔이 바랜 것으로 미뤄 분양 및 임대 매물이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음을 알 수 있다.

공실(빈 상가)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들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배후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단지 내 아파트 가구 수가 많아 봐야 500가구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분양가도 주변 상가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이 같은 단지에 들어선 상가 건물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셔터를 내린 빈 점포가 적지 않다. 설령 상가가 분양됐더라도 몇 달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 있는 점포도 수두룩하다.

서울에 들어선 주상복합단지 상가 대부분은 역세권에 있다. 괜찮은 입지 조건을 갖췄는데도 주목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분양가 때문.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는 서울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6번 출구 앞에 들어선 초역세권 단지이지만 상가 1층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으로 비싸 업종별 가맹점주들이 입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시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전체 상가 1층 평균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이다.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 단지 내 상가 분양가보다 3.3㎡당 1500만원 정도 싼 것이다. 목동 S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절반 가까이 미분양 상태”라며 “분양받은 점포주들도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들어올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울상”이라고 전했다.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앞에 있는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상가 분양가는 3.3㎡당 평균 3153만원. 흥인동 주상복합 상가 1층 평균 분양가(3.3㎡당 3000만원)보다 150만원 정도 비싸다. 이 때문에 입주한 지 올해로 3년이 됐지만 총 135개 점포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1층 32개 점포 중 부동산중개업소와 편의점 등 6~7곳을 제외하곤 모두 빈 상가들이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아파트보다 단지 규모가 작다. 당연히 가구 수도 적다 보니 단지 내 상가 배후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는 일반 상가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포구 합정동 ‘마포 한강 푸르지오’는 입주 2년째이지만 단지 내 상가인 딜라이트 스퀘어는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업시설 확충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파트 가구 수가 적어 아직도 분양과 임대가 절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상가의 얼굴인 1층 매장에 ‘임대’라는 안내문만 붙여진 채 휑하니 비어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와 용산 더프라임 역시 가구 수가 각각 248가구와 559가구에 불과하다.

배후 수요가 부족하면 입점하려는 가게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배후 수요가 부족하면 입점하려는 가게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임대료를 낮춘다고 해도 들어오겠다는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는 주변 생활 여건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이런 이유로 서울 도심에 자리잡아도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거나 인프라 확충이 더딘 곳에 있는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에는 공실이 많이 발생한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들어선 ‘더 퍼스트 프라임’ 단지 안에 있는 상가 건물도 곳곳이 이가 빠진 듯 비어 있다. 가구 수가 300가구가 되지 않는데다 배후수요를 끌어들일 만한 업무시설 등도 없다 보니 분양도 잘 안되고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가는 대형 건설사가 지은 단지라고 해서 잘 팔리거나 운영되지 않는다”며 “단지 내 상가 투자에 앞서 적정 분양가 여부와 배후 수요, 주변 여건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