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사물인터넷 시대, 한국이 걱정되는 이유
by김현아 기자
2015.02.10 00:41:5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얼마 전 프랑스에서 기쁜 소식이 들렸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wearable) 체온 전력생산기술’이 유네스코 선정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중 최우수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 기술은 유리섬유 위에 열전소자를 구현해 체온(36.5℃ )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유연한 밴드 형태로 만들어 피부에 붙이면 뛰다가 체온으로 스마트시계를 충전할 수 있다. KAIST 조병진 교수팀이 개발했고 테그웨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SK(003600)그룹이 지원하는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했다. 이는 사물끼리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난제인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 조병진 KA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체온 이용 웨어러블 발전소자’의 전력생산 모습. KAIS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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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IoT 시장에서 얼마만큼 성공할 수 있을 지는 걱정이 앞선다. 늦었다는 생각과 대기업들은 할만 하지만 중소기업은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란 우려도 든다.
재계 50위 권 안에 드는 A그룹에서 신사업 기획을 담당하는 지인은 지난달 세계 최대의 가전쇼인 CES를 다녀와 “IoT 상용제품이 나오고 있다. 자체 개발하기에 너무 늦었다”고토로했다. IoT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고 방문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한다. 미국은 물론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의 스타트업과 중국 중소기업의 공세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이들이 선보인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드론 등은 삼성이나 LG,소니, 퀄컴, 인텔 등 주요업체 전시품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센서가 들어간 유아대상 일회용 체온측정 스티커를 만든 미국 스타트업은 중국 제조사에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생산 중이고, 중국 회사들은 근거리무선통신(NFC) 칩 가격도 20센트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충전용 배터리 기업인 에너자이저가 무선충전에서 특허를 보유하는 등 기술 측면에선 선진국 회사들이, 제조에선 중국기업들이 대세다. 몇 년 뒤면 특허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IoT가 성공하려면 IT 기술과 제조사 경쟁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IT업도 제조업도 생태계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VK, 맥슨전자, 텔슨전자 등은 사라진 지 오래고 팬택도 매물로 나왔다. 일반 제조업 역시 중기제품과 농축수산물을 100% 편성해야 하는 공영TV홈쇼핑이 개국 전부터 팔만한 제품이 적다고 걱정하는 처지다.
그렇다고 IoT를 버릴 순 없다. 일단 대기업에는 기회의 땅이다. 삼성전자(005930)나 LG전자(066570)는 자사의 가전제품을 묶어 IoT로 제어하는 홈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었고, SK텔레콤(017670)이나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같은 통신사는 앱세서리, 에너지 관리 등을 통해 사물에도 요금을 받는 신시장을 맞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iOS)의 지배력을 스마트홈 개발툴(홈킷)로 확대해가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 애플의 협력사인 아이디바이스(iDevice)가 CES에서 선보인 ‘스위치(SWITCH)’ 제품. 애플의 iOS 8의 홈킷을 지원해 아이폰 사용자는 음성인식 서비스 ‘쉬리’를 이용해 구두로 불을 껐다 켤 수 있다. 애플의 협력사로는 아이디바이스외에 허니웰, 필립스, 오스람, 아이홈, 하이얼, 스카이벨, 오거스트, 퀵셋, 브로드콤, 넷앳모 등이 있다. 구글 역시 자회사인 네스트를 통해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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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과 중소 제조사들이 IoT에서 성공할 길은 없을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더 활짝 열어주고, 무엇보다 IoT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잘 만드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란 미래 IoT 컨셉에 맞게 개인의 아이디어가 제품화될 수 있도록 자금을 자유롭게 모을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에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IoT에 관심있지만 제품을 만들고 나면 돈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기업만 버는 것 아니냐”는 중소기업 CEO의 우려를 없애려면 한국형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앞서 가는 협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선도적인 프로젝트 발굴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