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STX조선 반대매수청구권 철회 못하는 이유는

by김경은 기자
2014.03.14 06:00:00

기업구조조정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실적악화 원인
채권단, STX조선에 우리銀 빠진 6500억원만 우선 수혈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융당국이 STX조선해양(067250)(이하 STX조선)에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대해 동참을 독려하고 나서면서 우리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철회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은 다만, 자금지원이 시급한 만큼 당분간 우리은행만 빼고 STX조선에 대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당장 다음주 초로 예정된 7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도 우리은행이 빠진 6500억원만 지원될 예정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STX조선 채권단은 다음주 중 STX조선에 7000억원 규모의 당좌대월한도 승인을 통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은행 부담분(7.35%)을 제외한 약 6500억원만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은 지난달 19일 1조 8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 결의에 따른 첫 자금 지원으로, STX조선은 오는 2분기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채권단은 STX조선이 2000억원 규모의 캐피탈콜(capital call)을 요청함에 따라 1700억원만 인출해 준 바 있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우리은행 부담분 300억원을 제외하고 인출된 셈이다. 이는 1분기 운영자금으로 지난해 STX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 결의액(2조 7000억원·선수금환급보증(RG) 제외)의 잔여분이다.

우리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남은 채권단 7곳은 우리은행의 지난해 부담분 300억원을 포함해 총 1700억원을 나눠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철회를 위해 꾸준히 설득에 나섰으나 우리은행은 다음달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앞두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이 발표한 실적을 토대로 보면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기관주의’ 상당의 제재조치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정책금융으로서의 역할 수행하다 충당금이 누적된 것”이라며 “예금보험공사 측에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임직원 징계까지 가지 않도록 꾸준히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우리은행의 사정을 알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줘야만 STX조선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에서 우리은행을 설득할 방법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며 “관계부처에서 우리은행을 설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STX조선의 자율협약에는 우리은행(채권액 비율 7.35%) 외에 산업은행(34.61%) 수출입은행(20.86%) 농협은행(18.11%) 정책금융공사(13.01%) 신한은행(2.02%) 외환은행(1.23%) 무역보험공사(2.81%)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