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4.02.06 06:00:00
대포폰 활용한 금융사기 피해 건수 매년 두배씩 늘어
번호도용 문자차단서비스, 전 금융권으로 확대 도입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금융당국이 대출사기의 핵심통로이자 개인정보 유출의 근원적 목적으로 지목받는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일명 ‘대포폰’에 대한 대대적인 봉쇄 작업에 나섰다. 대포폰만 근절해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금융범죄의 절반 이상은 없어질 것이란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번호도용 문자차단서비스’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 도입하는 한편 피해신고가 접수된 전화번호를 즉각 정지하는 ‘신속 이용정지제도(Fast track program)’를 시행하기로 했다. 관계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5일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각종 금융사기 99.9%의 이면에는 ‘대포폰’이 등장한다”며 “앞으로 대포폰 근절에 감독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포폰’에 주목하는 이유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각종 금융사기와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포폰을 개설하면 본인 행세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 공인인증서와 같은 ‘본인 인증’ 등 최종 확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 금융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기범의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챙겨가도 본인만 모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포폰을 활용한 금융범죄는 날로 느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대포폰 활용 피싱 사기 피해 건수는 2011년 1만600건에서 2012년 2만8400건, 지난해 4만4000건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대포폰을 활용한 불법 대부광고 신고 건수도 130건에서 3200건, 1만7500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포폰을 활용한 스미싱 사기 건수 역시 2012년 0건에서 작년 2만5500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번호도용 문자차단서비스’를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 전 금융권에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공공기관과 일반기업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 금융권에서는 몇몇 대형 은행들만 도입한 상황이다.
또 금감원에 피해신고가 접수된 전화번호를 신속히 정지하는 ‘신속 이용정지제도(Fast track program)’를 7일부터 시행한다. 지금은 금감원이 불법 대포폰임을 인지해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불법 여부를 다시 판단한 뒤 이동통신사에 정지를 요청해야 해 실제 전화번호 차단까지는 상당기간 소요가 불가피했다.
이 경우 대포폰이 수시로 생겨나고 없어지면서 생기는 시차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피해 발생에 대비해 금융당국은 삼성화재 등에 보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등 보완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특히 대포폰 적발이 금융당국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다고 보고 경찰은 물론 서울시와 대부금융협회와도 유기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대포폰에 대한 즉각적인 단속 및 처벌이 이뤄지면 불법 개인정보 유통시장과 이를 활용한 금융사기가 대부분 근절될 것”이라며 “대포폰 거래가 의심되는 행위를 포착하면 즉각 금감원의 ‘개인정보 불법유통 신고센터’(국번없이 1332)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