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유럽덕에 상승..다우·S&P `사상최고`

by이정훈 기자
2013.05.08 05:05:01

3대지수 1%미만씩 올라..다우 1만5000선 돌파
기술주, 차익매물에 부진..애플-구글-MS 약세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료 공백 속에서도 유럽쪽 지표 호조와 독일-프랑스 재무장관회의 결과 등이 지수를 끌어 올렸다.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또 사상 최고치를 깼다.

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87.31포인트, 0.58% 오른 1만5056.20으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1만5000선 위에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3.66포인트, 0.11% 뛴 3396.63을 기록했고, 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8.46포인트, 0.52% 상승한 1625.96을 기록했다.

개장전 호주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서 마감한 일본 증시가 거의 5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시장심리를 개선시켰다. 미국에서는 경제지표 발표도 없는 가운데 독일의 제조업 수주가 두 달 연속으로 호조세를 보였고 유로존 대형 금융기관들의 실적 호조까지 가세했다.

또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들이 금융동맹을 신속 추진하기로 하고,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별다른 충돌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시장에 힘이 됐다. 구제금융 이후 처음 실시된 포르투갈의 10년만기 국채 입찰 호조도 긍정적이었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에너지와 산업재 관련주가 강했던 반면 차익매물로 인해 기술주는 부진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줄줄이 하락하며 기술주 부담을 가중시켰다. 또 실적 부진과 고객수 감소로 인해 오피스맥스도 2% 이상 하락했다.

예상보다 좋은 실적 덕에 장 초반 상승하던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는 오히려 2% 하락했고, 위성 TV업체인 디렉TV는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7% 가까이 급상승했다.

장 마감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월트 디즈니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1.55% 상승한 가운데 비디오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와 시만텍, 홀푸즈, 트립 어드바이저 등 같이 실적을 공개할 기업들은 실적 기대에 1% 미만으로 동반 상승했다.

◇ 獨-佛, 금융동맹-재정정책 현안에 ‘한발씩 양보’

재정긴축을 고수하느냐, 재정부양으로 선회하느냐를 두고 한 바탕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들의 만남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날 베를린에서 양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동을 가졌다. 양국은 별다른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일각에서 우려했던 충돌 양상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독일은 유럽연합(EU) 금융동맹에서, 프랑스는 재정부양에서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완화하며 절충점을 찾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로존은 기존 조약을 바꾸지 않고 기존 법 테두리 내에서 금융동맹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는 가장 우선시되는 프로젝트이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불과 한 달만에 자신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앞서 쇼이블레 장관은 “EU 금융동맹은 법적인 기반이 불투명한 사안인 만큼 이를 추진하기 이전에 유로존 조약부터 먼저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었다. 이에 대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또 가장 두드러진 대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재정정책의 방향성을 두고도 프랑스는 정책의 유연성을 언급하는 선에서 독일의 양해를 구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독일이 전통적으로 법과 규율을 강조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동시에 정책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며 독일측이 이같은 유로존 국가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것을 완곡하게 요청했다. 또 “물론 국가들이 정부부채를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 긴축의 속도는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며 “우리도 구조적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프랑스는 신뢰할 만한 정책을 이행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약속했다.

◇ 공화당, 세금개혁 선회..부채 증액협상 ‘청신호’

미국 하원내 공화당 의원들이 종전 대규모 재정지출 감축 대신 민주당과 백악관이 주장하는 세금 개혁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둘러싼 대치국면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의원들을 중심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세금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하원 예산결산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 부채한도 상한선 증액과 조세제도 개혁을 연동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동일한 재정지출 삭감이 없을 경우 부채한도 상한선을 높여줄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한 하원 공화당 보좌관은 “부채한도 상한 증액과 조세제도 개혁을 연동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있으며 이 역시 현재 검토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은 이같은 기류 변화를 반기면서도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민주당 상원 보좌관은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합의 가능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화당이 입장을 바꿔 조세 개혁으로 합의한다면 우리쪽이 크게 승리하는 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이고 여전히 재정지출 삭감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 獨 제조업수주, 두달째 호조..경기회복 기대 커져

독일의 지난 3월중 제조업 수주가 두 달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이날 지난 3월중 계절 조정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제조업 수주가 전월대비 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월의 2.2% 증가와 같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인 0.5% 감소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특히 수출용 수주가 2.7% 증가해 호조를 보였고, 유로존 내 수출 수주는 무려 4.2%나 급증했다. 국내 판매용 수주는 1.8% 늘어났다. 다만 소비재 주문은 0.7% 줄었고 중간재 주문은 3.6% 늘어났다. 설비투자용 수주는 2% 증가했다.

지난해말 25년만에 가장 추웠던 지난 3월 독일 날씨를 감안하면 증가세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기업 및 투자자들의 경기 신뢰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실업률은 지난 3월중 20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하인리히 바이어 도이체 포스트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표는 아주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한 뒤 “독일 제조업이 어려움을 뚫고 반등하고 있으며 유로존의 경기 회복도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골드만·씨티등 12개 은행, CDS 반독점행위로 피소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미국의 12개 은행들이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제소됐다.

미국 판금 근로자노조에 속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지구 연금플랜은 이날 시카고 연방법원에 이같이 주장하며 미국 주요 12개 은행들에 대해 반독점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은행들은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외에 UBS와 도이체방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다.

소장에서 연금플랜측은 “CDS시장은 시장을 통제하며 거래를 왜곡하는 세력과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같은 시장 왜곡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세력으로 크게 양분돼 왔다”며 이들 은행들이 전자와 같은 시장 왜곡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금플랜측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CDS 시장에서 CDS 계약을 매수했거나 매도한 투자자들 가운데 이들 은행들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연금플랜은 일단 제소한 내용으로 배심원 재판을 받되 향후 추가 피해자들이 확보될 경우 은행들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