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혼조..채무한도 우려속 지표 엇갈려

by이정훈 기자
2013.01.16 06:27:24

대형은행 실적발표전 관망..나스닥만 약보합
애플 11개월 최저..페이스북, 검색엔진에도 하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혼조세에 머물렀다. 정부 채무한도 상한 증액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한 가운데 엇갈린 경제지표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형 은행들의 실적 발표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7.57포인트, 0.20% 상승한 1만3534.89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6.72포인트, 0.22% 떨어진 3110.78을 기록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보다 1.66포인트, 0.11% 높은 1472.34를 기록했다.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채무한도 증액 문제를 두고 의견 대립을 보인 가운데 이날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채무한도 증액 합의가 지연될 때에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공식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압박을 가한 것이 시장심리를 냉각시켰다.

미국 경제지표는 엇갈린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재정절벽 우려 속에서도 예상외 호조를 보이며 소비경기 회복 기대를 높였지만, 제조업 선행지표인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는 6개월째 위축세를 이어갔다.

건설업체인 레너가 건설경기 호조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내놓았지만, JP모간체이스 등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시종 관망심리가 우세했다.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애플은 노무라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탓에 또다시 3% 이상 추락하며 주가가 485달러까지 내려 앉았다. 이는 최근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새로운 소셜 검색엔진인 그래프 서치를 발표한 페이스북은 시장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3%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소폭 동반 상승했다.

이날 실적 호조를 보인 레너는 차익매물이 나온 탓에 상승세를 지켜내지 못하고 0.83% 하락하고 말았다. 하루 뒤 실적 발표를 앞둔 골드만삭스와 이베이가 하락한 반면 JP모간은 1% 이상 올랐다.

◇ 페이스북, 소셜 검색엔진 ‘그래프서치’ 공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독자적인 소셜 검색서비스를 공개하면서 인터넷 검색 엔진시장에 뛰어 들었다.

페이스북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가진 미디어이벤트에서 독자 개발한 소셜 검색엔진인 그래프 서치(Gragh Search)를 발표했다. 이 서비스의 베타버전은 이날부터 당장 이용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소셜 네트워크에 연결된 정보를 검색하는 엔진을 개발했다”며 “이는 웹 기반의 컨텐츠를 검색하지 않고 고객들의 소셜 네트워크와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검색엔진의 경우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에 가장 부합되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그래프 서치는 페이스북에서 공유한 사진과 인물, 장소, 개인의 관심사 등 각종 컨텐츠 내에서만 결과를 검색해준다. 저커버그 CEO는 특히 “그래프 서치는 기존 웹 검색과는 다른 것”이라며 이미 구글이 지배하고 있으면서 경쟁과 비판이 많은 기존 시장에 당장 뛰어들 생각은 없음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이 머지 않아 검색엔진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스텐 웨이드 IDC 애널리스트는 “이번 페이스북의 새로운 검색엔진은 페이스북 서비스에 매우 흥미로운 기능들을 더해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렇게 친구를 찾고 개인의 관심사를 검색하는 것으로는 중요한 매출 수익원이 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더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완벽한 형태의 웹 검색엔진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번 그래프 서치는 그 첫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건설업체’ 레너, 이익 4배 급증..주택경기 호조덕



미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 가운데 하나인 레너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 주택경기 회복 덕이었다.

레너는 15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이익이 1억2430만달러로, 주당 순이익이 56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3030만달러, 주당 16센트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또 시장에서 예상했던 주당 44센트 전망치도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의 9억5270만달러는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였던 12억6000만달러를 모두 넘어섰다.

레너측은 “4분기동안 주택산업은 지속 가능한 회복국면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며 “낮은 모기지 금리와 구입 매력이 높아진 주택가격 수준, 줄어든 주택 압류, 임대료 대비 매력적인 주택가격 등이 회복세를 유지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레너는 지난 4분기말 기준으로 주택 수주물량은 4053채로, 전년동기대비 87%나 급증한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 소매판매, 예상외 호조..제조업지수는 또 부진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중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1월 0.4%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0.2% 증가 전망치를 모두 웃돌았다. 앞선 11월 수치도 종전 0.3% 증가에서 소폭 상향 조정됐다.

특히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3% 증가해 0.2%였던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11월의 0.1% 감소에서 크게 개선됐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설자재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 역시 0.6% 증가하며 0.3% 증가를 점쳤던 시장 예상치와 11월의 0.5%를 앞질렀다. 실질적인 소비경기 악화를 확인시킨 셈이다. 반면 지난 11월에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와 차부품 판매는 1.6% 증가에 그쳐 11월의 2.7%에 못미쳤다. 휘발유 판매도 제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1.6% 또다시 감소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뉴욕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1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마이너스(-) 7.7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해 12월의 -7.30보다 부진한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0보다 낮았다. 특히 지수가 경기 확장과 위축을 판단하는 기준치인 제로(0)를 6개월 연속으로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 위축세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부 항목별로는 고용지수가 -4.30으로, 앞선 지난해 12월의 -9.68보다 개선됐고 제품가격지수도 16.13에서 22.41로 높아졌다. 그러나 신규주문지수는 -3.44에서 -7.18로 더 악화됐다. 반면 6개월후 경기여건지수는 17.95에서 22.41로 개선됐다.

◇ 피치 “채무한도 증액 지연떈 미국 등급강등 검토”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미국 의회가 정부 채무한도 상한을 높이지 못할 경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피치는 이날 미국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정부 채무한도 상한 증액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엔 미국의 ‘AAA’ 등급에 대한 공식적인 재검토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재정적자 감축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치는 “의회는 채무한도 상한을 높일 것이며 미국 국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위험은 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피치사는 미국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부여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젝시하고 있다.

한편 피치는 “정부 채무한도 상한을 정해놓은 것은 비효율적이며 잠재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기제”라며 “한도 상한을 높이지 못하면 국채가 디폴트 위험에 처하는 반면 이를 올리지 않는다고 한도 이상으로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지출하는 일을 막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